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가 안고 가야 할 짐이다."
허재호의 2019 FIBA 중국남자월드컵 아시아예선 1라운드 첫 경기. A조에서 객관적으로 가장 강력한 뉴질랜드의 경기력보다 FIBA 심판들의 이상한 판정들이 훨씬 큰 걸림돌이었다. 특히 3~4쿼터에 노골적인 홈 콜이 쏟아졌다.
오세근이 골밑 돌파 이후 레이업슛을 시도하기 위해 떴다. 뉴질랜드의 한 선수가 오세근의 팔을 쳤다. 그러나 심판들은 비디오판독 끝에 한국의 아웃 오브 바운드를 선언했다. 당연히 오세근이 자유투 2개를 던져야 했다.
전준범이 3점슛을 던졌다. 동시에 뉴질랜드의 한 선수가 전준범의 팔을 쳤다. 당연히 전준범에게 자유투 3개가 주어져야 했다. 하지만, 수비자 파울 콜이 없었다. 전준범이 억울해하자 심판은 도리어 전준범에게 테크니컬파울을 줬다.
뉴질랜드 셰아 일리가 골밑 돌파를 시도했다. 김종규가 뒤따라갔다. 하지만, 사실상 뚫린 상황. 김종규는 약간 물러섰다. 동시에 일리는 레이업슛을 넣었다. 이때 심판이 김종규의 수비자 파울을 선언했다. 일리의 바스켓카운트. 하지만, 김종규는 일리의 몸 어느 부위와도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불리한 판정으로 허재호가 잃은 점수만 10점이 넘어갔다는 게 대다수 농구관계자 평가다. 하지만, 흥분하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 승리를 챙겼다. 아시아컵서 재미를 본 외곽슛 패턴과 변칙 3-2 지역방어의 완성도가 돋보였다.
4쿼터 막판 결정적 승부처서 전준범이 우측 코너에서 스크린을 받고 3점슛을 터트린 장면, 이정현이 골밑 돌파한 뒤 절묘한 패스로 오세근의 골밑 득점을 도운 건 백미 중의 백미였다. 반면 뉴질랜드가 허재호 지역방어를 시원스럽게 깬 장면은 많지 않았다.
허재 감독이 돋보였다. 4쿼터 중반 뉴질랜드가 골밑에서 오세근을 수비할 때 끊임없이 손과 팔로 상체를 밀었다. 오세근도 수비자 파울이 지적되지 않자 살짝 불만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두 손을 아래로 천천히 내리면서 진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유의 불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선수들과 수신호를 주고 받으며 경기운영에만 집중했다.
한 농구관계자는 "허 감독이 말도 안 되는 콜에 잘 대처했다. 항의를 하면 테크니컬파울로 자유투만 내줘 더 손해다. 사령탑이 흥분하지 않고 선수들을 독려하면, 선수 입장에선 심리적인 안도감과 함께 응집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FIBA 심판들의 이상한 콜이 허재호의 케미스트리 강화를 확인한 계기가 됐다.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문제는 한국농구가 앞으로도 FIBA 심판들의 이상한 콜을 이겨내야 한다는 점이다. 뉴질랜드전과 같은 해피엔딩이 반복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농구기자로 일하면서 FIBA 심판들은 KBL, WKBL 심판들보다 훨씬 더 정확히 실린더 룰에 입각한 콜을 하고, 경기막판 승부처서는 더더욱 개입을 최소화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난여름 남녀대표팀 아시아컵 중계방송을 볼 때부터 그 믿음이 깨졌다. 당시에도 허재호, 서동철호에 불리한 콜이 적지 않았다. 이후 현장에서 농구관계자들로부터 "KBL, WKBL 심판들은 FIBA 심판들에 비하면 선생, 양반"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다.
26일 중국과의 고양 홈 경기서 파울 콜이 허재호에 유리하게 불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FIBA 아시아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지 않다. 한국농구가 그동안 경기력만큼 농구외교에도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사실이다.
남자대표팀의 FIBA 메이저대회 마지막 개최는 1995년 서울 아시아선수권이었다. 여자대표팀의 FIBA 메이저대회 마지막 개최도 2007년 인천 아시아선수권이었다. 한국은 FIBA 아시아 주도권 다툼서 사실상 배제됐다.
FIBA 아시아로선 굳이 한국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농구관계자는 "남녀대표팀 모두 앞으로 FIBA 주요대회, 특히 원정경기서 불리한 판정과 싸워야 한다. FIBA 심판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겠나. 한국농구가 안고 가야 할 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FIBA는 달라져야 한다. 2019년 중국남자월드컵부터 각 대륙별 홈&어웨이 예선 제도를 채택한 건 남자농구월드컵을 남자축구월드컵이나 하계올림픽처럼 권위 있는,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홈 콜부터 잠재워야 한다. 심판 관리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 공정하지 않은 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 권위와 가치가 떨어진다.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은 바보가 아니다. 외면하면 그만이다. 남자농구월드컵의 흥행과 네임밸류 향상은 FIBA의 현실 인식과 대처에 달렸다.
[허재호.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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