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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거 제가 만들어 준거에요."
허재호의 23일 2019 FIBA 중국남자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1라운드 A조 뉴질랜드전 최고의 장면은 77-75로 앞선 경기종료 1분5초전 전준범이 우측 코너에서 터트린 3점포였다. 통렬했다. 심판의 명백한 오심 이후 곧바로 터진 결정적 한 방이었다.
오세근이 골밑 돌파를 시도할 때 수비수로부터 팔을 가격 당했다. 그러나 비디오판독 결과 오세근의 자유투 2개 대신 아웃 오브 바운드가 선언됐다. 즉, 전준범의 3점포는 2점 손해를 3점으로 되갚은 순간이었다.
전준범의 3점포는 허재호가 원래 시도하려던 작전이 아니었다. 벤치의 감독, 코트의 선수들은 볼 데드서 지속적으로 수신호와 간략한 토킹을 주고 받는다. 당시 전준범의 3점포를 최우선으로 계획하지는 않았다. 2점 리드였다. 확실한 찬스가 아니면 무리하게 3점슛을 던질 상황은 아니었다.
1분9초를 남기고 전준범이 엔드라인 밖에 섰다. 심판으로부터 공을 받기 전에 오른팔을 뻗었다. 그러자 이정현이 좌측 사이드로 이동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수비수가 곧바로 이정현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그러자 전준범은 우측 45도의 최준용에게 공을 연결했다. 오세근이 충실히 스크린을 하며 최준용이 공을 잡을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최준용이 공을 잡자 오세근이 곧바로 골밑으로 이동, 전준범 앞에 선 코리 웹스터의 진로를 막았다. 웹스터가 순간적으로 스크린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사이 전준범이 재빨리 우측 코너로 이동했다. 그때 최준용이 재빨리 전준범에게 공을 연결,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전준범의 통렬한 한 방에 오세근, 최준용의 수훈이 있었다.
특히 최준용의 순간적인 센스가 빛났다. 25일 고양체육관 미디어 훈련공개시간에 만난 그는 "그거 제가 만들어준 거에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전준범도 "맞다. 준용이가 만들어줬다. 고맙다"라고 웃었다.
최준용은 "원래 하려던 패턴이 그게 아니었는데 갑자기 올 시즌 모비스전서 당했던 게 생각났다. 준범이 형에게 딱 그렇게 3점슛을 맞은 적이 있었다. 그대로 해보자고 했고, 맞아떨어졌다"라고 말했다. 찰나의 순간, 두 사람은 절묘하게 합을 맞췄다.
감독과 선수들이 미리 준비한 패턴이 실전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케이스가 의외로 많지 않다. 무수한 변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독이 승부처서 볼데드가 될 때마다 작전시간을 부를 수도 없다.
그래서 선수들의 재치, 센스가 중요하다. "농구도 머리가 좋아야 잘 한다"라는 농구관계자들의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준용이 순간적으로 모비스전을 떠올리지 못했다면, 모비스전을 떠올렸더라도 전술에 대한 이해도, 순간적인 결단력, 임기응변능력이 떨어졌다면 전준범의 통렬한 한 방은 나올 수 없었다. 최준용은 전준범이 오세근의 스크린을 받고 빠져 나와 공간을 만들고 스텝을 밟으려는 순간 정확히 공을 배달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허재 감독도 선수들의 결정을 존중했다.
최준용의 농구 아이큐, 센스가 대단한 게 또 한번 증명된 순간이었다. 전문 가드에 버금가는 패스능력, 변칙 지역방어의 앞선 중앙에서부터 포스트까지 커버할 정도의 기민함, 포워드 본연의 생산능력까지. 외곽슛의 정교함이 살짝 떨어지지만, 역시 평범한 선수는 아니다.
[전준범과 최준용. 사진 =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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