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신소원 기자] "이런 시국에 이런 영화요? 전 더 빨리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 '봉오동 전투'(배급 쇼박스)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인터뷰에서, 현재 반일 감정의 시국과 절묘하게도 맞닿은 영화라는 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러한 시국을 이용하려고 만든 것도, 예측하고 만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4, 5년 간 원신연 감독은 우리 역사에서도 단 몇 줄로 소개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봉오동 전투를 영화화하고 싶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대표적 영웅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이 된, 영화 속 대사처럼 '어제는 농사짓다 오늘 총과 칼을 들고 맞서 싸우러 나온' 농민 독립군들을 조명했다. 배우 류준열, 유해진, 조우진 등 친근한 배우들과 뜻을 함께 해 '봉오동 전투'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원신연 감독은 "기획 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촬영도 작년에 시작해서 올해 끝나서 선을 보이는 거라서 전혀 내가 생각했던 현실이 아니었다. 이런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조심스럽다. 기획 작업을 할 때, 오히려 이 영화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과 진작 만났어야 하는 영화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극 중 황해철을 연기한 배우 유해진은 인터뷰에서 시국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지금 답답함을 느끼실 수 있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 자체로 바라봐야한다는 배우로서의 입장과 나름의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유해진은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은 확실한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이러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 저희 영화가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영화는 영화 자체의 힘으로 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쨌든 희생했던 많은 선조들의 노력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그는 캐릭터 표현을 위해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은 '정도'를 표현하고자 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은 아닐지라도 영화가 갖고 있는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기 위해 진지한 자세로 임했다.
류준열 또한,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역사 이야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청산리 대첩은 '대첩'이라고 할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봉오동 전투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촬영하면서 느낀 건, 정말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대단한 업적, 큰 전투, 많은 희생들이 있어서 그게 크게 와닿았다. 많은 자료들이 없었지만 영화가 말하려는 것들을 관객 분들이 느껴주셨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를 뛰어다니는 독립군의 모습을 담아내야 했던 영화 '봉오동 전투'는 매 촬영이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는 강행군이었다. 매번 산 정상까지 가야 했고, 무거운 촬영 장비 또한 모두 사람의 손으로 실어 날라야 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나르며 한 마음으로 작품에 함께했다.
그래서일까. 원신연 감독은 개봉을 앞둔 심경에 "전투를 앞둔 독립군의 심경이다. 떨리고 무서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의지가 불타오르기도 한다. 영화에서 독립군들이 죽음의 골짜기로 유인해서 몰고가는데 딱 그 때의 심정인 것 같다"라고 밝혔다.
무명 독립군들의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봉오동 전투'는 오는 7일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쇼박스 제공]
신소원 기자 hope-ss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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