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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윤진 기자] 배우 양경원은 지난 10년간 무대에서 묵혀온 내공을 최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한방에 터트리며 진가를 드러냈다.
북한 군인 표치수 역할로 대중의 뇌리에 깊이 새겨진 것은 물론이고, 실제로 마스크를 쓴 채 직접 대중교통을 이용해 인터뷰 장소를 찾아 다니는 동안 그의 눈과 이마만 보고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만큼 매일매일 인기를 생생하게 실감하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현장은 집 다음으로 편한 곳이었어요. 5중대원들과 매일 같이 붙어있다가 헤어지는 것도 아쉬웠고요. 이런 작품에 이런 배역까지 맡겨주셔서 제게도 오늘 같은 날이 있는 거니까 아쉬움과 감사함이 공존하는 마음입니다."
양경원은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한 뒤 표치수란 역할로 '최대 수혜자'란 극찬까지 들을 줄은 상상 조차 못했다.
"전체 리딩 때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제 옆에 오셔서 ''사랑의 불시착' 최대 수혜자가 표치수지 않을까'란 말을 해주셨어요. 기분이 좋은 반면 걱정도 됐죠. 이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 촬영장에서 그걸 보여주지 못하면 제 부족함이 드러나는 거니까 정말 염려가 됐죠."
양경원은 '사랑의 불시착' 오디션에서 표치수 역할을 비롯해 보험사 직원, 홍보 부장 등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했다. 5중대원 4인방 역할 여럿 있었지만, 스스로가 보기에도 표치수란 역할이 가장 잘 맞는 옷 같았다. 내심 기대가 됐다.
"표치수는 카리스마도 있고 험상궂고, 무서운 역할인 줄 알았어요. 제가 (박)광범이나 (금)은동이 역할을 할 순 없잖아요.(웃음) 표치수 역할을 따내고선 드라마 고사를 지내는 자리에서 박지은 작가님을 만났는데 제게 '표치수를 정말 잘 부탁한다' '아끼는 배역이다'는 말을 해주셔서 굉장히 부담을 느꼈죠. 원래 꿈도 잘 안 꾸는 사람인데 좋은 꿈, 나쁜 꿈 가리지 않고 정말 많이 꿨어요. 대본에 쓰여진 지문과 상황들을 잘 이행할 수만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고요. 매일 매일 대본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표치수를 그렇게 연구해나갔죠."
매일 같이 현장에 꼭 붙어 있던 5중대원 멤버 이신영, 유수빈, 탕준상은 헤어짐이 아쉬운 사이가 됐다. 양경원은 막내 탕준상과 무려 22살 차이가 나지만 극 중 5중대원 만큼이나 좋은 팀워크를 자랑했다.
"저랑 수빈이는 11살, 수빈이와 준상이가 11살, 저와 준상이가 22살 차이가나요. 생각보다 어리게 봤던 수빈이는 볼수록 든든한 동생이었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았던 준상이는 귀여운 아이로 기억에 남아요. 신영이는 과묵한데 그렇게 말 많고 푼수가 될 지 몰랐고요.(웃음) 단독 신을 찍을 때 그렇게 외롭더라고요. 그렇다고 마지막 촬영 때 울진 않았어요. 안 볼 사이도 아니니까요."
톱스타 손예진과 티격태격 케미를 선보이며 많은 장면에서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 양경원은 지난 촬영의 추억을 떠올리며 얼굴이 활짝 폈다.
"손예진이란 그런 배우와 연기를 한다는 건 참 큰 운이었던 것 같아요. 그 배역으로 존재해주는 사람이었고, 저를 온전히 치수로 봐주는 사람이었죠. 저는 사실 별로 한 게 없는 것 같아요. 흐름을 잘 따라갔을 뿐인데, 그건 상대에 대한 믿음이 생겨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괜히 손예진이 아니구나'란 생각도 들고 너무 고마웠죠. 손예진이 아니었다면 저희의 티키타카 영상도 많은 분들이 안 봐주셨을 거예요."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양경원은 인기에 들뜨지 않고, 신중한 면모가 말 한마디 한 마디에 묻어났다.
"표치수처럼 앞으로도 연기하며 대중들에게 캐릭터로서 기억이 됐으면 좋겠어요. 양경원은 연기하는 배우고, 캐릭터들이 세상에 계속 회자되고,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큼 배우인 저에게 이보다 더 큰 영광은 없을 것 같아요.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서 제 스스로가 믿음을 갖게 된 건, 지금까지 사람들과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목표한 방향성들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맹신하기엔 무리지만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옳은 쪽으로 고민하고, 나태해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배우이기를 믿어주시고, 롱런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영상 = 김정수 기자 easeful@mydaily.co.kr]
박윤진 기자 yjpar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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