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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연예

'우리, 사랑했을까' 손호준, 복수라는 미명하에 펼쳐진 찌질이의 역사

시간2020-07-11 14:17:32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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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여동은 기자] 순둥이 일꾼이 이렇게 ‘나쁘게’ 변신할 수가. ‘우리, 사랑했을까’ 손호준이 구여친 송지효를 향한 나쁜 남자의 ‘복수 시나리오’를 가감 없이 펼쳤다. 그런데 되레 시청자들이 감정 이입한 ‘공감캐’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JTBC 수목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극본 이승진, 연출 김도형, 제작 JTBC스튜디오, 길 픽쳐스, 이하 ‘우리사랑’)의 지난 방송에서 노애정(송지효)이 스타작가 천억만을 섭외하러 온 자리에서 만난 오대오(손호준)를 보며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이 공개됐다. 과거 두 사람은 CC(캠퍼스 커플)였고, 대오의 입장에서 바라 본 이들의 끝은 노애정의 일방적인 잠수였기 때문.

두 사람의 역사는 한국대 연극영화과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03학번과 05학번, 선후배였지만, 나이는 동갑이었다. 그리고 하늘 같은 선배 애정을 향한 대오의 ‘하극상’으로 관계의 발전을 이뤘다. 때는 연극영화과 MT 날, 애정은 같은 과 선배 류진(송종호)에게 “우리, 뽀뽀해요”라는 회심의 멘트를 날렸다. 이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던 대오는 “더러운 방법”까지 써가며 애정의 관심을 돌렸고, “내가 선배 니 좋아하면, 그것도 하극상이냐. 그럼 내가 제대로 보여줄게 하극상이 뭔지”라며 자신의 마음을 적극 어필, 그렇게 둘은 가까워졌다.

대오는 애정에게 진심이었고 감정 표현에도 솔직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흩날리는 어느 봄날, 왼쪽 눈이 심장과 가까워 사진에 마음을 담기 쉽다는 애정에게 “그래서 그런가, 나 선배 너 보면 마음이 막 떨려”라며 로맨스 영화 한 편 같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나가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린 애정에 대오는 식음을 전폐하며 하루 종일 뛰기만 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돈도 없고, 빽도 없고, 미래가 없어서” 애정이 떠난 건 아닌지 괴로워 딱 죽고 싶었다. 한참을 이별의 슬픔 속에서 허우적대던 대오는 이제 분노의 단계에 이르렀다. 돌연 자퇴까지 결심하더니 “나 그 소설로 꼭 등단할거야 형. 그리고 걔가 나 찾아오게 만들 거야 반드시”라고 결심한 것.

그러니 애정이 대오를 찾아와 자신의 등단작 ‘사랑은 없다’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부탁해올 때 참을 수 없는 희열을 느낄 수밖에. 지난 날의 볼품없던 오대오가 아닌 성공한 스타작가 ‘천억만’의 잘난 면모를 보여줄 생각을 하니 입꼬리는 스멀스멀 올라갔고, 두 어깨에는 절로 힘이 들어갔다. “너랑 일 못하겠다고”, “급이 맞아야 같이 일하는 거 아냐”, “원래 이렇게 비굴했었냐고”라는 비수는 덤이었다.

애정의 제안을 ‘뻥’ 차고, 그렇게 통쾌한 복수 시나리오도 막을 내린 것 같았다. 허나 왜인지 속이 시원하지 않았다. “14년 만에 날 다시 만난 네 기분”을 애정에게 물었더니, “아, 오랜만이다. 뭐 이정도”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일격에 오히려 한 방을 먹기도 했다. “하도 오래돼서 우리가 무슨 사이였는지도 가물가물 하더라고”라는 라스트 펀치는 그를 K.O 시켰다. 마치 스물 셋의 대오로 돌아간 듯 분노의 달리기를 하며 “뭐 가물가물 하다고. 네가 감히”, “너가 나한테 아무 감정 없으면 안되지”라며 서러운 감정을 토로한 것. 성공한 스타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오대오지만, 이렇게 노애정만 만나면 찌질이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손호준은 방송 전, “’나쁜데 끌리는 놈’ 오대오에게 공감했다”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서툴러 상처를 주기도 하고, 옛 연인을 향한 미련과 애정 사이에서 찌질한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나쁜 남자 같아 보여도 순애보이고, 사랑에 요령을 부리지 않는 투명한 인물이다”라는 ‘오대오’의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어필했다. 그리고 딱 그 설명대로, 오대오는 애정에게 ‘나쁜’ 말로 비수를 꽂고, 애정의 한 방에 ‘못나게’ 분개할 때조차도, 애정을 향한 묘한 ‘애정’이 묻어 나왔고, 그를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손호준의 ‘멜로눈’을 보며 어찌 그를 미워할 수 있겠는가.

지난 방송 말미, 이별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애정의 말에 상처받아 애정과의 미팅 장소에 나타나지 않은 대오. 그러나 옛정이 무섭다더니 끝내 무시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에게로 다시 달려갔다. 애정에게 미련이 남은 대오의 애(愛)와 증(憎)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찌질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싶었지만, 되레 더 찌질한 역사를 쓰고 있는 오대오의 진짜 마음이 궁금해지는 ‘우리사랑’은 매주 수, 목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사진제공 = JTBC스튜디오, 길 픽쳐스]

여동은 기자 deyu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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