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미안하다."
SK 염경엽 감독은 7일 박경완 감독대행과의 전화통화서 이렇게 말했다. 박 감독대행은 그저 "건강 잘 챙기십시오"라고 했다. 웃을 수 없었던 두 사람의 짧았던 통화. SK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염경엽 감독은 유니폼을 벗은 뒤 잘나갔다.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에서 프런트 여러 보직을 두루 거쳤고, 코치도 경험했다. 본래 야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었고, 프런트와 코치 경험을 통해 야구에 대한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 경험을 토대로 히어로즈에서 감독으로 신바람을 일으켰다. 마무리캠프부터 1~2군 선수 개개인에게 확실한 롤을 부여했다. 1군 주전과 백업을 미리 나눴고, 철저히 준비하게 했다. 2군 선수들도 곧 1군에 올라와야 할 선수, 시간을 갖고 육성해야 할 선수 등으로 나눠 숙제를 던졌다. 철저한 성과주의로 팀을 운용했다. 결국 현재의 시스템과 미래의 동력을 동시에 확립했다.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 숙원을 풀지 못했다. 그래도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염 감독의 리더십은 큰 화제를 모았다. 2017년 SK 와이번스 단장을 맡은 뒤에도 같은 시스템을 이식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성과도 냈다.
그러나 SK는 정확히 2019년 후반기부터 1년 넘게 추락 중이다. 여러 문제가 뒤섞였다. 불운까지 겹쳤다. 전자의 대표적 사례가 득점력이 떨어지는 타격과 부족한 짜임새, 센터라인 리빌딩이다. 외국인농사 실패는 불운에 스카우트 시스템 점검의 필요성을 던졌다.
이런 악재들이 올 시즌 내내 표출되면서 하위권 추락의 원인이 됐다. 염 감독은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 머리를 싸맸으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본래 식사량이 많지 않고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예민한 스타일. 더 심해지다 6월25일 두산과의 홈 더블헤더 1차전서 실신하고 말았다.
2개월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무너진 팀이 다시 일어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법이다. 염 감독은 2개월만에 팀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목격했다. 결국 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다시 병원 신세를 졌다. 박경완 감독대행이 다시 한번 팀을 수습해야 하는 중책을 맡았다.
은퇴 후 승승장구하던 야구인 염경엽의 최대시련이다. 불과 2년 전 정상을 밟았던 SK의 시련이기도 하다. 사실 박 감독대행은 7~8월에 팀을 운영하면서 이미 2021년을 바라봤다. 과감한 경쟁과 작전시도 등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승률을 높이면서 리빌딩을 하기 위한 토대를 다지려고 애썼다.
당시에는 염 감독이 곧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SK는 올 시즌 잔여 41경기 이후 사실상 시계제로다. 염 감독과 SK의 계약기간은 2021년까지. 그러나 일단 올 시즌을 마치면 염 감독의 건강을 확인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미래에 대한 플랜이 불명확하면 조직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염 감독의 시련과 SK의 2020년 추락이 1년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럴수록 박경완 감독대행과 프런트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박 감독대행은 "일단 연패를 끊어야 한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겠다. 팀 최다연패, 한화와의 꼴찌 경쟁 모두 신경 쓰인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8일 인천 키움전서 8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의 시즌 10연패를 당했다. SK에 씁쓸한 가을이다.
[SK 염경엽 감독(위), SK 선수들(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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