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종잡을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아시아 최대 영화 행사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2020)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개최 일정을 2주 연기했으나, 온오프라인 방식을 두고 여전히 고민 중이며 최악의 경우 취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4일 오후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개최, 이용관 이사장을 비롯해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임시총회를 통해 영화제 개최를 당초 예정했던 10월 7일부터 16일까지가 아닌 2주 뒤로 연기하기로 했다. 규모 역시 대폭 축소된다. 이는 추석 직후의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결단이다.
이와 관련해 이용관 이사장은 이날 "지난 5월부터 코로나 1단계에 맞춰 가능한 정상 개최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8월 중순 이후 상황이 급변하면서 개최 여부를 한 달간 고민을 거듭했다"며 "그 결과, 추석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넘어서기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불가피하게 2주 연장을 결정했다. 저희들로서는 대단히 고민을 많이 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스크린 수가 80% 이상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아시아 전역에서 젊은 영화인들이 보내준 소중한 192편을 영화제에서 상영하기로 했다. 마지막까지 피지컬 이벤트로 상영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며 "스크린 수가 모자라서 예년과 마찬가지로 영화당 2~3회 상영하기는 어렵다. 평균 1회씩 상영하게 될 것 같다. 부산영화제가 자랑하는 웅대한 개, 폐회식은 못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대인 커뮤니케이션이 주가 되고 접촉 활동이 주가 되는 집합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개, 폐막식과 레드카펫, 야외 무대인사, 오픈토크 등 관객들이 몰릴 수 있는 행사들도 전면적으로 취소다. 해외 영화 관계자도 초청하지 않으며 영화계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개최됐던 리셉션과 파티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대신 영화제 선정작 상영은 부산 센텀시티 영화의전당에서만 상영되며 아시안 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포럼 비프는 온라인으로 열린다. 전 집행위원장은 "아시아필름마켓의 경우 초청작 110여편을 포함해서 여러 신작을 온라인 스크린 방식으로 접할 수 있게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개막작은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조니 토 등 7명의 감독들이 연출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다. 70년 홍콩의 역사를 담았다. 폐막작은 일본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초청작은 192편에 그쳤다.
남동철은 수석 프로그래머는 "작년까지 매회 300여편을 상영했는데 올해는 192편이 선정작으로 결정됐다. 많이 줄었지만 지금 같은 환경에 비하면 많은 편수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거장 감독님들의 영화가 대거 초청됐다"며 "특히 이번에 칸 영화제가 열리지 못했다. 선정작을 상영하지 않는 대신, 목록만 발표하는 특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칸 영화제 측은 '칸2020'이라는 타이틀로, 다른 영화제가 상영해주길 언급했다. 저희 영화제도 언급이 됐고, 23편을 상영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의 '반도'를 포함해 '화양연화' 복원판, '암모나이트', '폴링', '썸머85', '어나더 라운드' 등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제 측은 극장은 영화의 전당에서 상영하되, GV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등 최대한 온오프라인 방식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개최 의지를 드러냈으나 추석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그 이상으로 격상되면 영화제 자체를 취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19 심화가 될 경우 영화제 취소를 해야 할 것 같다. 온라인 방면으로는 잘 준비가 안 되어있다. 월드 프리미어 영화 출품자들이 온라인 공유는 난감해하기 때문에 추후 논의를 해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추석 이후에도 계속 될 경우 즉, 티켓 발권을 할 시점에도 지속된다면 이런 방식의 개최도 못할 수도 있다. 비대면 사회에서 소통방식을 보완해야한다는 걸 절감하고 있다. OTT 국회의 법안 발의와도 연관되는 연구도 계속해서 5~10년도 내다보는 영화제를 그려야 할 절박한 시기다. 올해 영화제를 열지 못할 경우에는 온라인에 미련을 가지지 않으려 한다. 저희가 고수하는 건 칸영화제의 입장과 유사하다. 저작권 등 기본적인 걸 지켜야 한다. 온라인, OTT 등은 지금부터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했다.
매년 프레스 뱃지를 발급받아 영화제 취재에 나섰던 취재진들의 상황도 달라졌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극장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굉장히 제한적이다. 집합 최소화를 위해 센터를 운영하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으로 취재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선정 영화에 대한 온라인 기자회견을 추진 중이긴 한데 성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온라인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출품자들이 취재진에 공개해도 좋다고 하는 영화들은 온라인으로 상영해보려고 한다. 개발 중이다. 확정이 되는 대로 준비하겠다"라고 전했다.
수상작 발표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심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관객상 등 상마다 성격이 있어서 구체적인 부분을 조율해야 한다. 심사 자체만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저희도 고민이 많았다. GV 등은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영화제에 중요한 '영화 상영'은 오프라인으로밖에 할 수가 없다. 선정작의 대부분 영화들이 극장에서 봐야만 하는 영화들, 극장 상영으로만 이야기가 된 영화들이다. 온라인으로만 트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기를 기대하며 만들어진 영화다"라고 조심스레 덧붙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 이사장은 국가 방침에 따라 영화제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두가 2.5단계나 3단계로 가면 당연히 열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상태의 2.5단계가 계속 되면 하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특수 상황인 만큼 자문단도 구성했다. 확진자 발생을 비롯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경우 이 분들의 말을 들을 것이다. 여러 단계적인 조처는 매년 대학병원과 함께 현장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있다. 그 분들과 협조해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 시민들과 전국의 어떤 국민들에게도 불편함이 없도록, 우려하는 것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DB]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