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길고 긴 정규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해 KBO리그는 치열한 순위권 다툼만큼 각종 타이틀을 놓고 벌이는 선수들 간의 경쟁도 뜨겁다. 신인왕 경쟁도 마찬가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가 없게 됐다.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올 시즌 신인왕은 KIA 타이거즈 '슈퍼 루키' 이의리가 유력했다. 프로 입단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의리는 '실력'으로 맷 윌리엄스 감독의 눈을 사로잡으며 선발진의 한자리를 꿰찼고, 올해 19경기(4QS)에 나서 94⅔이닝을 던지며,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의 우수한 성적을 남겼다. 이의리는 프로 1년 차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을 바탕으로 당당히 2020 도쿄올림픽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그러나 탄탄대로의 길을 걷던 이의리는 최근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의리는 지난 9월 1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왼손 중지 손톱이 깨지는 부상을 당했고, 9월 22일에는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더그아웃의 계단에서 미끄러져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이의리는 9월 12일 NC전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이 끝나기 전에 복귀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의리가 그동안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거론됐던 이유는 명확하다. 비록 4승에 불과하지만, 세부 지표가 좋고 이의리를 뛰어넘거나 버금가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신인급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의리에 개점휴업에 들어간 사이 롯데 최준용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최준용은 지난해 31경기에 등판해 2패 8홀드 평균자책점 4.85의 성적을 거두며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하지만 신인왕 후보 자격인 30이닝에 ⅓이닝이 모자란 29⅔이닝만 던지면서 타이틀에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인왕 자격을 갖춤과 동시에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1992년 염종석(現 동의과학대 감독) 이후 끊긴 롯데의 신인왕에 도전한다.
최준용의 올 시즌 성적은 경이롭다. 전반기에는 어깨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후반기 23경기(23⅓이닝)에 등판해 1승 1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77로 활약 중이다. 특히 후반기 첫 등판인 지난 8월 10일 NC전 이후 22경기 연속 자책점은 '제로'다. 기간으로 따지면 무려 두 달이 넘는다.
셋업맨은 선발 투수, 마무리, 타자에 비해서 임팩트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준용은 조용히 롯데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고, 어느새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올 시즌 성적은 38경기(41⅓이닝) 3승 1패 18홀드(단독 6위) 1세이브 평균자책점 2.38을 기록 중이다. 이미 최준용은 지난 2019년 신인왕 정우영(LG, 16홀드)의 홀드 수치는 뛰어넘었다.
신인왕 후보로 손색 없는 이의리와 최준용은 세부 지표에서도 뛰어난 모습이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에서는 이의리(스포츠투아이 2.01, 스탯티즈에서는 2.32)가 최준용(1.28, 2.08)에 앞선다. 그러나 WPA(승리확률기여도)에서는 최준용(2.86, 2.37)이 이의리(1.36, 0.31)보다 좋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의리의 수상이 유력하던 신인왕에 최준용이 가세하게 되면서 이제는 누가 타이틀을 손에 넣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이의리보다는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최준용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시즌 막바지 신인왕 경쟁이 흥미진진하다.
[KIA 타이거즈 이의리, 롯데 자이언츠 최준용.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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