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 아주 흥미로운 형국이다. 115억 원 맞불 작전이 장외에서 펼쳐졌다. 굳이 승패를 가릴 일이 아닌 블록버스터급 빅 딜(Big Deal)의 공식 발표였는데 그게 같은 날 시차를 두고 한 지붕 두 가족인 잠실 라이벌 두산과 LG 사이에 펼쳐진 것이다. LG는 마치 두산 구단에 ‘시간차 공격’을 한 것 같았다.
두산 베어스는 17일 오후 1시1분께 프랜차이즈 스타로 처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거포 외야수 김재환(33)과 4년간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게약금 55억원, 연봉은 2022~2024년 3년 간은 각 15억원, 그리고 4년 계약의 마지막 해는 10억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김재환은 ‘타 팀 이적을 고민해볼 필요도 없을 만큼 구단이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고 소감을 말했다.
두산 베어스가 공식적으로 FA 계약에 100억원 이상을 쓴 것은 김재환이 최초이다.
마침 두산 베어스 구단은 외야수 박건우가 NC 다이노스와 6년간 총액 100억원에 계약하고 팀을 떠나면서 두산 베어스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팬들은 버스 시위에 나설 준비까지 했다.
그래서 두산 구단은 서둘러 김재환을 통 큰 베팅으로 잡았다. 팬들도 구단의 단호한 의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계약 기간도 4년이다.
그런데 불과 3시간이 조금 지나 오후 4시분 경 LG 트윈스가 FA 외야수 김현수(33)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재환과 김현수는 동갑내기이지만 김재환이 부상으로 휴학 등을 하면서 뒤늦게 FA가 됐다.
김현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처음 FA가 돼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2년 후 친정팀 두산이 아닌 라이벌 LG 트윈스와 4년(2018~2021)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고 최근 3년간 팀의 캡틴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다.
흥미로운 것은 4년 기준으로는 총액 90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총액 40억원)인데 추가 2년에 대한 옵션이 달성되면 2년 총액 25억원이 추가돼 4+2년 115억원을 맞춰 낸 것이다.
LG 구단은 김현수의 몸값을 절대로 김재환보다 적게 줄 수는 없었다. 구단은 물론 선수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잠실 야구장 중앙 출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는 LG 트윈스 구단 사무실이 있고 그 맞은 편이 두산 베어스 구단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의미가 있는 큰 발표를 어떤 구단이 하면 그것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다른 구단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다음 날이나 날을 잡아 발표를 한다. 취재진에 엠바고를 걸고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월드시리즈 중에 구단이 감독이나 선수 계약 발표를 삼가는 것도 불문율이다.
이날 두산 베어스가 김재환을 먼저 발표했으니 LG 트윈스가 비록 다음날이 토요일이라 해도 하루 늦춰 줄 수도 있다.
물론 어떤 의도는 없고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혹시 김현수가 다른 구단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억측도 있을 수 있어 LG 구단은 바로 발표를 했을 것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수 측과) 항상 순조롭게 얘기가 돼 왔고 사실 어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전날인 16일 목요일 계약에 합의하고 처리 절차를 거쳐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 두산 김재환의 발표 3시간 후에 김현수 계약 소식이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됐다.
두산 베어스 최초의 100억원을 넘긴 FA 김재환의 영광과 빅 뉴스를 LG 김현수가 나눠 가진 날이었다.
[사진=LG, 두산 제공]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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