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신임 허구연 KBO총재가 지난 29일 취임 후 계속해서 야구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며 ‘일하는 총재’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취임식에서 허총재는 “나는 9회말 1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등판한 구원투수”라며 침체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온힘을 쏟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이어 지난 30일에도 허구연 총재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팬들은 역시 ‘일하는 총재’ ‘허프라(허구연+인프라)’라며 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31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둔 '미디어 데이'에서는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는 올 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허구연 총재의 거침없는 지적에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MBC야구 해설위원때와 총재는 엄연히 말의 무게감이 다른데 총재 직함에서 하는 말이 마치 야구해설위원 때처럼 가볍게 들리고 있어서다.
특히 잠실야구장 광고권에 대해서는 잘못된 팩트를 갖고 자꾸 이야기하고 있어 오해의 소지도 있고, 사정을 모르는 팬들을 마치 ‘선동’하는 뉘앙스도 느껴지고 있다.
허구연 총재가 MBC라디오에 출연해서 한 말을 들어보자. “예를 들어서 LG도 하고 두산이 잠실구장을 쓰는데 광고수입이 172억원입니다. 복잡한데 감정평가가 시가 가지는 게 82억이에요. 82억은 주라는 거죠. 감정평가 가치가 있다 시가 가져가야 된다. 그러면 나머지 90억이 있는데 그 90억을 50% 또 시가 가져가요. 90억에 45억을. 그럼 LG하고 두산은 22억 5000밖에 못 가져가는 거예요. 이게 맞는 이야기입니까? 아니라는 거죠. 아무리 제가 볼 때 양보를 해도 3분의 1씩 가져가도 그거 안 돼 이렇게 막아놨기 때문에 프로스포츠는 한계에 부딪쳐서 수입구조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허총재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구단을 예로 들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게 뉴욕양키즈 같은 경우 1조원 가까이 들인 구장입니다. (지자체가)1년에 사용료를 100달러 밖에 안 받습니다. 왜 100달러 밖에 안 받겠어요. 이건 시민에게 그만큼 여가선용의 장이나 여러 가지 즐길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지자체는 완전히 너네는 임대이니까 우리가 다 칼자루를 쥐고 있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실제로 미국 같은 경우나 외국 같은 경우 프랜차이즈를 밖으로 옮겨버리거든요. 그런 얘기예요.”
허총재가 예를 든 잠실구장과 뉴욕 양키스 구장에 관련한 이야기중 팩트가 너무 많이 틀려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다.
물론 '야구박사'인 허총재가 짧은 시간에 구구절절 상세한 이야기를 다 할 수 없기에 중요한 말만 하다보니 팩트가 틀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듣는 청취자나 팬입장에서는 이야기한 부분만 갖고 사실인양 인지할 수 밖에 없다.
우선 잠실구장 이야기를 해보자. 잠실구장은 허총재가 이야기 한 것처럼 3분의 1씩 가져갈 수 없는 구조이다. 사실 10년전쯤 광고 영업권은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LG와 두산이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서울시에 반납해버렸다.
서울시는 이를 기업에 팔아서 1년에 172억이라는 수입을 냈다. LG와 두산이 갖고 있었을 때보다 매년 더 많은 수입을 올렸다. 서울시를 탓할게 아니라 안목없이 광고 영업권을 서울시에 넘긴 ‘잘못을 저지른’ LG와 두산을 야단쳐야 한다.
사실 잠실구장 광고영업권은 두 구단이 가질 수도 없다. 신축구장을 사용하는 삼성이나 NC, KIA의 경우, 100% 광고 영업권을 갖고 있다. 모든 광고 유치비용은 전부 구단 수입이다.
이들 구단이 구장 신축을 할 때 적게는 300억원, 많게는 500억원 건설비로 투자했다. 그 덕분에 수십년간 임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하지만 잠실구장은 프로야구가 창설하기전에 신축됐다. LG와 두산이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광고영업권도 반납해버렸다.
허총재가 또 다른 예라고 들었던 뉴욕 양키스 구장의 경우,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잠실구장과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2009년 새 홈구장 뉴양키스타디움을 개장하면서 양키스는 40년간 사용한다는 조건으로 뉴욕시에 연간 10달러인 400달러만 지급했다. 뉴욕시는 부지만 제공했고, 구장 건립비용 전액인 15억 달러를 양키스가 부담했기 때문이다. (허총재가 이야기한 연간 100달러도 잘못됐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잠실구장 건립에 두산과 LG는 1원 한푼 낸 적이 없다. 가져가라고 했던 광고영업권도 반납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왜 두 구단에 광고영업으로 얻는 수익을 3분의 1씩 나눠줘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서울시의 수입은 서울시민의 것인데 LG와 두산에 줘버리면 그만큼 시민들의 세금으로 메워야하는데 말이다.
허구연 총재가 할 일은 지금 서울시는 잠실구장 대체구장을 곧 신축하려고 한다. LG와 두산을 설득해서 이 신축구장에 건설비를 투자하고 구장을 헐값에 임대하라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허구연 총재가 야구해설위원일 때 신축구장의 자문을 하면서 건설비도 투자하고, 장기 임대를 하라고 조언도 했다. 지자체를 설득해서 좋은 조건에 구단에 장기 임대를 줘야한다고 주장해서 관철시키기도 했다. 너무나 잘 안다.
이제는 총재이다. 말의 무게를 책임져야 한다. 팬들이 좋아하는 사탕발림만 말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해서 상대방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협상이 되고 말이 통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으로부터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라는 핀잔만 들을 뿐이다. 허총재가 아니라 여전히 ‘허구라’라는 비아냥만 들을 뿐이다. 벌써부터 대전구장과 관련해서 허총재를 비난하는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도 새겨들어야 한다.
[사진=유진형 기자]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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