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불사조'는 이미 '명장'을 알아봤다. 박철순과 김태형이 OB 베어스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였다. 박철순은 김태형에게 "넌 은퇴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거야"라고 말하며 향후 선수 생활을 접고 지도자로 변신해도 성공할 것임을 예측했다.
실제로 '감독 김태형'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15년 두산 베어스의 감독으로 취임한 그는 팀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 놓으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난 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더불어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불사조'는 어떻게 김태형 감독의 성공을 예측했을까. 베어스 역대 레전드 초청 시구 행사를 위해 2일 잠실구장을 찾은 박철순은 "내 선수 말년 때까지 안방에 앉았던 사람이다. 선수 때 소주 한잔을 하면서 '넌 은퇴하면 좋은 지도자가 될 거야'라고 말했다. 포수로서 투수 리드도 잘 했지만 포용력이 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선수 시절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박철순은 "내가 41세일 때였다. 볼넷을 남발하고 힘들어 죽겠는데 김태형이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왔다. 내가 한참 선배인데도 나에게 욕을 하더라"고 웃었다. 김태형은 '대선배'에게 "던지기 싫어요?"라고 거침 없는 한마디를 하기도 했다고.
이날 박철순 뿐 아니라 '미스터 OB' 김형석과 '홍포' 홍성흔, 그리고 '니느님' 더스틴 니퍼트도 시구 행사에 참석했다. 김형석은 김태형 감독과 초중고 선후배 사이. "재밌는 친구였다. 포수하면서 센스가 남달랐다"는 김형석은 "머리가 좋은 친구라 생각했는데 역시 감독을 하면서도 잘 하고 있다"라고 김태형 감독을 칭찬했다.
김태형의 뒤를 이어 베어스의 주전 포수를 맡았던 홍성흔은 "공과 사가 분명하신 감독님이다. 엄격할 때는 굉장히 엄격하지만 밖에서는 아우르면서 관리를 잘 하시는 분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말이 정답이다. 머리가 굉장히 좋으시다. 무엇보다 상대방 심리를 굉장히 잘 이용한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이어진 충격(?) 고백. 홍성흔은 "나보다 춤을 더 잘 추신다. 리듬감이 굉장히 좋으시다. 나보다 끼가 더 많으신 분"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김형석은 "노래도 잘 하고 기타도 잘 친다"고 거들었다.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김태형 감독이라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의외로 엔터테이너 기질이 있음을 세상에 알린 것이다. 니퍼트는 "굉장히 리스펙트하는 감독님이다"라고 덧붙였다.
두산은 지난 해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박철순은 "대견스럽다. 이제는 당연히 단기전에 올라간다는 생각만 한다. 두산 프런트도 대단하고 한국에 꼭 필요한 구단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김형석은 "내가 제일 오래 몸담았던 팀이 잘 하니까 너무 기분 좋고 경기를 잘 하는 것을 보는 자체 만으로도 너무 즐겁고 계속 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홍성흔은 "단장, 사장, 구단주님까지도 야구를 좋아하시고 신경을 많이 쓰신다. 모든 것이 잘 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날 한화와의 개막전을 6-4로 승리한 뒤 "팀의 레전드들의 기운을 받아 승리했다"라고 공을 돌렸다. 두산은 올해도 전력 유출로 인해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항상 이와 같은 평가를 뒤집은 팀이 두산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태형 감독이 있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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