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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박승환 기자] 시범경기가 진행될 때까지만 해도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리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0.432로 리그 1위에 올랐고, 뚜껑을 열기도 전에 '신인왕'이 유력할 것이라는 예상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김도영이 받던 조명을 박찬혁(키움 히어로즈)이 모두 가져갔다.
박찬혁은 지난 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정규시즌 개막전 홈 맞대결에 이름을 올렸다. 키움의 1라운더 유망주였지만, 시범경기에서 타율 0.143에 그쳤기에 주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원기 감독은 "KIA 김도영에게 가려져서 스포트라이트는 덜 받는데, 이런 상황에서 편하게 경기에 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를 품었고, 시작부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박찬혁은 개막 데뷔전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찰리 반즈에게 안타를 뽑아내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생산했다. 개막 데뷔전 첫 타석에서 안타는 이승엽(1995년)과 장성호(1996년), 강백호, 한동희(2018년) 밖에 없었던 기록. 박찬혁은 근소한 차이로 김재현(삼성)에게 5번째 자리를 빼앗겼지만, 연타석 안타를 기록하며 KBO리그 최초의 기록을 썼다.
박찬혁에게 시범경기의 부진은 보약이 됐다. 그는 "시범경기를 통해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나만의 존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도 했다. 다른 선배님과 코치님들의 조언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맹활약의 비결을 공개하며 진기록에 대해서는 "경기가 끝나고 기사를 통해서 알게 됐는데, 의미가 큰 기록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3일 고척 롯데전에서의 활약도 좋았다. 박찬혁은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으나, 1-1로 맞선 8회초 롯데 '필승조' 구승민을 상대로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박찬혁의 볼넷으로 기회를 잡은 키움은 이정후의 적시타로 2점을 뽑아내며 경기를 앞서 나갔고, 이를 발판 삼아 끝내기 안타로 짜릿한 첫 승을 신고했다.
사령탑은 박찬혁의 활약에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 과정을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될성부른 루키 박찬혁이다. 그는 2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타율 0.400으로 이재현(0.125), 김도영(0.000), 조세진(롯데, 0.200) 등 신인들 중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모든 이목이 김도영에게 쏠렸던 것이 부럽진 않았을까. 박찬혁은 "샘이 나는 것은 없었다. (김)도영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잘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었다. 도영이는 도영이 나름대로 잘할 것이고, 나도 내 자리에서 열심히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은 박병호를 뒤이을 선수로 박찬혁을 키울 심산이다. 박찬혁은 "감개무량하다. 얼마 전 박병호 선배님이 '삼진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대차게 돌려라'고 조언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박병호 선배님의 빈자리를 채운다기보다는 박찬혁으로서 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지금의 기세라면 신인왕을 놓고 충분히 경쟁을 펼쳐볼 만하다. 시범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냈던 김도영보다 본 무대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찬혁의 장래가 기대된다.
[키움 히어로즈 박찬혁.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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