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느린 공으로 편견과 많이 싸웠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36) KBSN스포츠 해설위원하면 자연스레 구속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른다. 150km대 강속구가 판을 치는 시대에 120~130km대 구속으로 타자들과 정면승부를 했다. 그럼에도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두산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베어스 최초 좌완 100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유희관 해설위원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은퇴식에 앞서 "나는 처음부터 야구 실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다. 각광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가 아니어서 느린 공으로 편견과 많이 싸웠다. 핸디캡 속에서 이 자리까지 왔다. 나를 가르쳐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파이어볼러가 우대를 받는 요즘 시대에 구속이 느린 선수는 좀처럼 주목을 받기 어렵다. 편견에 사로 잡히기 일쑤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느림의 미학'을 펼치는 선수들이 있다. 유희관은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나를 보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스트라이크존도 정상화됐다. 느린 공으로도 각광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다"라고 용기를 불어 넣은 유희관. 그러면서 한 선수의 이름을 떠올렸다. 유희관은 "요즘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내 이름이 붙여서 나오더라"면서 "키움에도 '제 2의 유희관'이라고 불리는 선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희관이 언급한 선수는 바로 키움의 신형 잠수함 노운현이다. 노운현은 직구 구속이 120km대, 변화구가 100km대를 형성하는데도 온몸을 비틀어서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을 갖고 있어 타자가 공략하기 쉽지 않다.
올해 입단한 신인으로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1.13으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8이닝 동안 안타는 4개만 맞았고 볼넷도 2개만 허용할 정도로 제구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면서 삼진은 8개를 잡았다. 키움은 노운현을 개막 엔트리에 집어 넣었다. 롯데와의 개막 2연전에서는 등판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데뷔전을 나서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희관은 아무리 구속이 느려도 프로라는 정글의 세계에서 생존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느린 공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 같아 뿌듯하다"는 유희관. 지금도 유희관처럼 희망을 잃지 않고 구속이라는 편견과 싸우는 후배들이 있다. 유희관이 점찍은 노운현도 '유희관보다 더 느린 공'으로 프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두산 유희관이 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후 열린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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