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KBO 리그 개막에 앞서 펼쳐진 시범경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선수는 KIA '슈퍼루키' 김도영(19)이었다. 김도영은 시범경기에서만 타율 .432로 엄청난 타격감을 자랑하며 시범경기 타격왕에 등극했다. 여기에 빠른 발과 날렵한 수비까지 선보이며 가뿐하게 개막 엔트리에 안착했다.
'제 2의 이종범', '신인왕 1순위'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개막전부터 리드오프로 나서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도영은 아직 프로 데뷔 첫 안타 조차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15타석 14타수 무안타의 침묵. 그나마 6일 광주 한화전에서 귀중한 사구를 얻으며 엄청난 주력으로 득점까지 성공하면서 표정이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다. 과연 김도영의 첫 안타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삼성 1차지명 신인 이재현(19)의 프로 데뷔 첫 안타가 더 빨랐다. 이재현은 주 포지션이 유격수이면서 현재 3루수로 뛰고 있는 점이 김도영과 닮았다. 사실 내야수가 1차지명으로 입단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재능과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는 의미인데 이재현은 김도영이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재현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김도영에 관한 물음에 "나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래도 프로에 왔으니까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마음 속으로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역시 김도영처럼 개막 엔트리에 진입했지만 김도영과 달리 이재현은 백업으로 출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미 허삼영 삼성 감독이 주전 유격수를 김지찬으로 확정한데다 3루수도 베테랑 이원석이 있어 이재현이 단숨에 이들을 뛰어 넘기는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이원석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이 대거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남아있는 선수들로 라인업을 꾸려야 했던 것. 자연스레 이재현에게 주전 기회가 찾아왔다.
이재현은 2일 KT와의 개막전에서 7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2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프로 데뷔 첫 타석에 들어선 이재현은 윌리엄 쿠에바스의 초구 142km 직구를 때려 중전 안타를 날렸다. 프로 데뷔 첫 타석 초구에 안타를 만든 것이다. 예사롭지 않은 출발이었다.
이재현의 방망이는 5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돋보였다. 5회초 선두타자로 등장해 이영하의 141km 직구를 공략, 좌전 2루타로 출루한 이재현은 오선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득점까지 성공했다.
여기에 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한술 더 떠 데뷔 첫 멀티히트까지 작성했다.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 7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이재현은 김지용의 바깥쪽 141km 직구를 밀어쳐 우전 안타를 쳤고 우익수 김인태가 볼을 더듬는 사이 과감하게 2루까지 파고 들면서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삼성은 7회초 공격에서만 4점을 뽑아 6-0으로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8회초 1사 2루 찬스에서는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날려 데뷔 첫 타점까지 수확했다.
아직까지는 김도영보다 진도가 빠른 듯 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이재현이 개막 2연전에서 많은 부담감을 갖고 했을 것이다. 앞으로 더 좋은 야구를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격려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이 오히려 특급 신인의 성장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개막전 패배 후 3연승을 달리며 '잇몸야구'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허삼영 감독은 일찍이 뎁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재현과 김재혁 등 신인 야수들을 적극 활용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재현이 프로 무대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삼성의 뎁스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그 어떤 신인 선수들보다 진도가 빠르다.
[이재현. 사진 = 삼성 라이온즈 제공]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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