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아름답고도 지루한 마법 전쟁이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이 엉뚱한 방향으로 노선을 틀면서 아쉬움만 짙게 남겼다.
국제 마법사 연맹 새 의장 선출을 앞둔 어느 날, 호그와트 교수 덤블도어(주드 로)는 옛 제자인 마법 동물학자 뉴트(에디 레드메인)에게 숲 속 기린의 출산을 도와 몰래 새끼를 데려오라 한다. 말 형상에 무지갯빛 비늘을 지닌 기린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가장 존중받는 희귀 생물이다.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능력을 지녀 지도자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마법 세계를 장악하려는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매즈 미켈슨)가 선수를 쓴다. 그린델왈드 무리가 뉴트를 방해하고 새끼 기린을 훔쳐 달아나자, 뉴트는 어미 기린 품에서 발견한 쌍둥이 기린을 안고 떠난다.
순혈 마법사가 머글을 지배하는 세상을 만드려는 검은 야망의 소유자 그린델왈드는 사랑했던 덤블도어를 비롯 온 장애물을 파괴하려 한다. 덤블도어는 오래전 그린델왈드와 피로 맺은 맹세 탓에 그의 악행을 직접 무너뜨릴 수 없다. 흑심을 품기만 해도 마법의 목걸이가 숨을 바싹 죄어와 옴짝달싹 못 한다.
덤블도어는 그린델왈드에 맞서기 위해 특별한 군단을 꾸린다. 뉴트를 필두로 그의 형 테세우스(칼럼 터너), 뉴트의 조수 번티(빅토리아 예이츠), 프랑스 순혈 마법사 유서프 카마(윌리엄 나딜람), 머글 제이콥(댄 포글러), 마법학교 교수 랠리(제시카 윌리엄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미래를 보는 그린델왈드를 상대하고자 교묘한 술책을 만들어 교란 작전을 수행한다. 마법 세계와 인간 세계를 모두 파멸할 전쟁 속 작지만 용맹한 뉴트 군단과 그린델왈드의 전면전이 시작된다.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은 '해리포터' 프리퀄 '신비한 동물사전'의 3편이다. 데이빗 예이츠 감독이 연출을, 원작 소설을 집필한 J.K. 롤링이 각본을 맡았다. '해리포터' 팬이라면 반가울 재미 요소를 곳곳 배치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그레이트홀과 함께 덤블도어 동생 애버포스(리처드 코일)가 운영하는 호그스 헤드 여관도 등장한다.
거대 마법 전쟁이 3개 대륙, 6개국에 걸쳐 펼쳐진다. 답답한 코로나19 상황 속 이국적인 풍경에 잠시나마 마음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될 것이다. 아쉽게도 이 영화의 장점은 여기까지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으려다 전편의 매력을 놓쳐버린 듯하다. 기대했던 마법 동물들의 활약은 줄고 세력 대결에 집중해 색이 바랬다. 또 본론까지 서두가 지나치게 길고 느려 절정에 닿기도 전에 지치게 만든다. 분위기 전환 담당 제이콥의 낮은 웃음 타율은 실소를 안길 뿐이다.
다행히 새 얼굴 매즈 미켈슨은 경탄의 연속이다. 사생활 논란으로 하차한 조니뎁 후임 매즈 미켈슨은 급진적인 신념과 폭력 속 감춰진 그린델왈드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전작 '어나더 라운드'에서 보여준 처연한 눈빛은 물론 덤블도어를 향한 분노와 꺼지지 않은 감정을 능수능란하게 연기한다.
오는 13일 개봉. 상영시간 142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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