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잘 치고, 잘 잡고, 잘 보고, 롯데 자이언츠 이학주가 완전히 팀에 녹아든 모양새다. 물론 꾸준함이 동반되야겠지만, 딕슨 마차도의 이미지가 조금씩 지워지고 있다.
이학주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2차전 홈 맞대결에 유격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이학주는 오프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롯데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롯데는 딕슨 마차도와 결별로 생긴 유격수 공백을 메워 줄 선수가 필요했고, 이학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삼성 시절 다사다난했던 이학주는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착실히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학주는 시뮬레이션 게임 도중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미세 골절 부상을 당했다. 그 사이 경쟁자 박승욱과 배성근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앞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학주는 조급하지 않게 재활 과정을 밟았고, 지난 5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첫 경기는 절박함이 가득해 보였다. 이학주는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기습번트를 시도한 뒤 1루 베이스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이학주의 플레이는 상대 실책까지 이끌어냈다. 득점과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간절함이 묻어 나왔다.
래리 서튼 감독은 "야구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입장과 감독의 입장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굉장히 좋아한다. 왜냐하면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이 모두 열심히 하지만, 때때로 부상에서 복귀했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는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야구장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선수가 있다"며 "그게 롯데의 혼이 담긴 팀 색깔을 보여주는 플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튼 감독의 신뢰 속에 조금씩 출장 기회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학주는 절박함과 간절함보다는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9일 사직 두산전에서 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롯데에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도 멋진 모습을 선보였다. 내야를 탄탄하게 지키던 딕슨 마차도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이학주는 1회 선두타자 정훈이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며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최원준의 초구 127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연결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롯데는 이학주가 만든 득점권 찬스를 바탕으로 1회에만 무려 5점을 뽑아내는 저력을 선보였다.
이학주의 존재감은 수비에서도 나타났다. 4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환이 친 강습 타구가 유격수 왼쪽으로 향했다. 이때 이학주는 물흐르듯 미끄러지며 타구를 백핸드로 어려운 타구를 잡아냈고, 정확한 송구로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이학주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터뜨리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8회 1사 1, 2루의 찬스에서 볼넷을 골라내며 또 한 번 연결고리 역할을 완수했다. 이학주가 마차도의 그림자를 지워 나가고 있다.
[롯데 이학주가 9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6회말 2사 후 2루타를 치고 있다. 사진 = 부산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