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냉정하게, 작년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다."
SSG의 2021시즌 마운드 최대 수확은 좌완 김택형의 재발견이었다. 부상자 속출, 기대했던 투수들의 부진으로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험난한 시즌을 보냈다. 결국 필승계투조도 전반기 막판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했다.
애당초 베테랑 김상수와 김태훈, 마무리 서진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신인 사이드암 장지훈과 서진용이 메인 셋업맨을 맡았다. 김택형은 전격적으로 마무리를 꿰찼다. 시즌 초반에는 2군에 있었다. 1군에 올라온 뒤에도 장지훈, 최민준과 함께 추격조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중요한 상황에 나가더니 서진용과 자리를 맞바꾸며 마무리로 자리매김해버렸다.
59경기서 5승1패7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2.39. 5~8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벤치의 애를 태우던 투수가 환골탈태한 것이었다. 늘 제구가 고민이었다. 그러나 작년에는 눈에 띄게 향상됐다. 김택형은 작년 후반기에 마무리로 자리매김하며 쌓은 경험을 토대로 올해 풀타임 마무리에 도전한다.
SSG가 시즌 초반 잘 나가는데 김택형도 한 몫 한다. 7경기서 6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 7이닝 동안 5피안타 10탈삼진 3볼넷 무실점. 작년 대비 패스트볼 스피드는 살짝 부족하지만, 투구내용은 더욱 안정감이 있다. 13일 잠실 LG전서 볼넷과 안타 하나를 내주며 1사 2,3루 위기에 몰렸으나 LG 김현수, 문보경 등 좌타자들 상대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며 경기를 끝낸 장면은 백미였다.
주무기 포크볼이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패스트볼의 커맨드도 좋다. 김원형 감독은 "포크볼이 변화구 주무기인데, 작년에 처음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더 완벽해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주무기는 빠른 직구다. 구속은 점점 더 올라온다고 본다. 멘탈이 좋다. 자신감을 갖고 있어서 걱정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김택형이 냉정하게 작년보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말씀 드릴 수 없다"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리그에서 마무리로 자리 잡으려면 3년 정도는 검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벤치에서도 신뢰를 갖고 그 선수가 컨디션이 안 좋아도 믿고 맡길 수 있다"라고 했다.
선수에겐 애버리지가 있다. 3년 정도 꾸준히 비슷한 특정 수준의 성적을 거두면, 그 정도 클래스를 갖춘 선수로 평가 받는다. 쉽게 말해 특급 마무리라고 하면, 특급성적을 3년 정도 꾸준히 찍어야 특급 마무리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오승환(삼성), 정우람(한화) 등은 1~2년 반짝한 선수가 아니다.
김 감독은 "택형이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지표상 작년보다 살짝 올라오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그래도 다른 팀 코치 시절에는 항상 패스트볼 제구에 문제가 있던 투수였다. 작년에 그 부분을 해결했다. 업그레이드 됐다고 보여지는 부분이다. 투수가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못 넣으면 1군에서 쓰기 어렵기 때문이다. 잘 해내고 있다"라고 했다.
종합하면 김택형은 특급 마무리가 될 자질을 갖고 있다. 구속이 좀 더 올라오고, 향상된 커맨드를 3년 정도 더 유지하면 검증이 끝난다. 가혹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느 팀이든 확실한 마무리를 갖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SSG와 김택형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김택형은 잘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안주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나 다름 없다.
[김원형 감독과 김택형(위), 김택형(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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