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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고희진 KGC신임감독은 지난 14일 낙하산을 부인하는 입장문을 구단 홈페이지에 올렸다.
고감독은 "4월7일 감독선임과 관련해 면접 의향을 물어왔고 장소와 시간을 전달받아 당일 오후 6시에 분당에서 단장님과 구단 관계자와 만났다. 주요 내용은 신인선수 육성, 외국인 선발, 현재 인삼공사의 전력, 우승에 대한 감독의 자신감 등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감독 면접 내용 등을 자세히 밝혔다.
이런 절차를 거쳤기에 고 감독은 팬들의 ‘낙하산 감독’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고희진 감독이 “19년 프로 배구 인생의 명예를 걸고 명확한 사실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거꾸로 고 감독은 ‘사회생활의 전부인 프로배구 19년 인생’만 살다보니 뭔가 착각을 하고 있다.
절차,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고감독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고희진 감독의 주장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는 ‘낙하산’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들어 모 언론에서는 낙하산 출신 정부기관, 공기업 임원 등이 몇 명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임원들도 전부 서류를 내고 면접 과정을 거쳐서 임원에 뽑혔다. 고희진 감독의 잣대로는 이 임원들은 절대로 낙하산이 아닌 셈이다.
요즘 세상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장 임명되는 낙하산은 없다. 사기업에서도 그런 경우는 없다.‘형식적’이라도 일반 지원자하고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선발한다. 비록 지원 서류에 구체적인 내용은 적지 않고 빈 칸으로 남겨 놓더라도 원서는 내고 면접등 절차를 거쳐서 임용된다.
낙하산이라고 규정할 때 '줄'을 타고 내려오면서 '절차적 정당성’과‘공정성’이 훼손되었냐는 점이 포함된다. 다시말해 어떤 ‘연줄’을 타고 능력이 부족하면서, 아니면 해당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면서 형식적인 서류와 면접을 거쳐 자리를 꿰찬 그런 사람을 두고 낙하산 인사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고희진 감독은‘낙하산’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인터뷰 마감 몇시간전에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면접을 본 것 자체가 특혜의 소지가 있어서다.
언론에 이름이 올라왔던 다른 지원자들은 면접 통보를 받고 하루 이틀간의 시간을 갖고 준비를 한 후 KGC사무실에서 면접을 봤다고 한다. 고희진 감독처럼 당일 통보 당일 면접은 없었다는 것이 배구계 인사의 전언이다.
또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오전에 연락을 받고 오후에 면접을 본 고희진 감독이 과연 KGC 인삼공사 여자배구단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했을까 싶다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고희진 감독은 프로배구 인생 19년 동안 단 한번도 여자부 한 경기 전부를 보지 않았다고, 특히 KGC 경기를 보지 않았다고 의심할 수 있다. 그는 오직 삼성화재와 남자배구판에서만 선수와 코치, 감독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에 삼성화재 감독을 하면서 ‘같은 코트를 사용하는’ KGC 경기를 봤다고 하면 그건 ‘직무유기’이고 팀을 맡긴 삼성화재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감독 자격도 없는 행태이다.
2021-2022시즌 삼성화재가 포스트시즌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자부 상대편 분석을 할 시간에 KGC인삼공사 경기를 봤다면 말이다.
또 몇시간 주어진 면접 준비동안 KGC 인삼공사 팀의 약점과 강점 분석, 외국인 선수 선발 등등을 빠르게 판단해서 단장의 질문에 답변할 수 있었다면 고희진 감독은 정말 '뛰어난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고희진 감독이 삼성화재에서만 생활했고 코치로도 4년간 활동한 후 삼성화재 사령탑에 올랐다. 19년간 한 팀에서만 몸담은 삼성화재에서 감독을 맡았지만 두 시즌 모두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19년 몸담은 조직에서도 재계약을 실패한 고감독인데 단 몇시간 만에 생판 모르는 여자배구판을 정확히 분석해서 단장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하니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낙하산’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듯 고희진 감독은 절차적 정당성과 과정의 공정성을 모두 훼손했다고 의심이 되기에 "낙하산 감독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을 쉽게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 감독으로 임명됐다. KGC 감독자격으로 조원태 KOVO총재와도 식사를 했다.
고감독은 억울해 하고 있다. 팬들을 만난다고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다. 팬들은'자진사퇴'라는 말을 꺼내고 있는 판에 말이다.
고희진 감독은 억울함을 풀기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다.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책임을 지면 된다. KGC인삼공사를 위해서,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적으로 증명하기 바란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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