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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너무 부끄럽다." 바르셀로나 후안 라포르타 회장의 말이다.
FC바르셀로나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 노우에서 열린 2021-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에서 프랑크푸르트(독일)와 붙었다. 결과는 2-3 패배. 1차전에서 1-1로 비겼기에 바르셀로나는 4강에 올라가지 못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이전과 달랐다.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노우는 ‘원정팀의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이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정반대였다. 바르셀로나의 빨강-파랑 줄무늬 유니폼이 아닌 프랑크푸르트의 흰색 유니폼을 입은 원정팬으로 가득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 선수들이 워밍업을 할 때부터 프랑크푸르트 팬들이 우렁차게 응원가를 제창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여기가 어디지?’라는 표정으로 경기장을 두리번거렸다. 반면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은 마치 홈구장에서 경기하듯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프랑크푸르트 구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30,000명이 넘는 프랑크푸르트 원정팬이 캄 노우를 채웠다. 정원이 90,000명에 육박하는 걸 감안하면 3분의 1이 원정팬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원정팬 목소리가 홈팬 목소리보다 훨씬 컸고, 원정팬은 모두 흰색 프랑크푸르트 유니폼을 입은 반면, 홈팬들은 일상복 차림이 대다수였다. 따라서 분위기 자체가 원정팀 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했다.
홈 같지 않은 홈구장에서 패배한 바르셀로나의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은 “오늘 경기에 홈팬 6~7만 명이 들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면서 “홈-원정 팬 비율이 비슷해서 (중립지에서 치르는) 결승전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원정팬이 홈팬 좌석까지 차지했는지 모르겠다. 구단 측에서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의 후안 라포르타 회장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한 명의 바르셀로나 팬으로서 너무 부끄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팬들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유럽대항전 8강에서 우승 후보 바르셀로나를 정복한 프랑크푸르트 선수들은 오랫동안 승리 여운을 느꼈다. 캄 노우 그라운드를 돌며 원정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거나, 감독을 헹가래하며 4강 진출을 즐겼다. 프랑크푸르트의 4강전 상대는 웨스트햄(잉글랜드)이다.
[사진 = 프랑크푸르트]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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