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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금 팀이 강등위기에 처해 있다. 제발 라마단 중단해주기 바란다.”
프랑스 리그 1 감독이 소속 선수들에게 간절히 요청하고 있지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 이슬람 선수들에게 라마단을 어기는 것은 종교를 바꾸라는 이야기와 다름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리그 1 AS 생테티엔 파스칼 뒤프라즈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제발 단식을 그만둬 달라고 부탁했다”고 프랑스 언론 뤼퀴프가 16일 보도했다.
뒤프라즈 감독은 지난 9일 열린 로리앙과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2-6으로 대패했다. 그는 선수들을 집합 시킨 후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가졌다. 생테티엔 소속 선수들의 3분의 2 가량이 무슬림 선수이다.
현재 무슬림들은 라마단 단식중이다. 지난 4월1일부터 이달말까지 한달간 이어진다. 이 기간동안 이슬람교도는 일출에서 일몰까지 의무적으로 금식하고, 날마다 5번의 기도를 드려야 한다. 음식 뿐 아니라 물조차 먹을 수 없다.
일반 신도들이야 금식을 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경기 내내 뛰어야 하는 축구 선수라면 다르다. 체력이 약해져서 90분간 뛸 수 없게 된다. 경기 중 땀을 뻘뻘 흘렸지만 물한모금 조차도 먹을 수 없다. 이슬람교도가 아니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뒤프라즈 감독은 선수들과 1대1 면담을 통해 라마단 단식을 요청하고 설득한 것이다.
특히 팀은 지금 2부리그로 강등될 위기에 처해있다. 1부리그 20개 팀 가운데 17위를 달리고 있다. 대패한 로리앙은 16위이다. 승점 1점차이기에 9일 경기에서 이겼더라면 잔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 강등을 걱정해야될 처지이니 감독으로서는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뒤프라즈는 팀의 주장인 와흐비 카즈리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카즈리는 튀니지출신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감독의 요청이 통한 탓일까? 아니면 선수들이 강한 정신력을 발휘한 것일까. 라마단 기간 열린 두 경기에서 10골이나 내주었던 팀은 17일 열린 브레스트 경기에서 2-1로 승리를 일궈냈다. 브레스트는 현재 리그에서 1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이었는데 프랑크 오노라에게 먼저 선취골을 내주었지만 두골을 연속 터뜨리면서 역전승했다.
이슬람 선수들이 라마단 기간동안 몰래 음식은 먹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태생적으로 이슬람 국가에서 태어난 선수들이 이슬람의 교리를 위반하면서까지 팀을 위해서 희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감독의 요청이 어떤 의도를 갖고 했는지 알수 없지만 일단 한 고비를 넘긴 듯 하다. 하지만 아직도 라마단 기간 동안 3경기가 더 남아 있는 생테티엔이다.
[사진=AFPBBNews]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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