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강정호와 에이전트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KBO가 키움의 허를 찔렀다. 키움이 3월18일에 강정호 임의해지를 요청한지 1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허구연 총재가 여러 차례 복귀에 부정적인 뜻을 드러내왔다. 실제 야구계에서도 KBO가 강정호 복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KBO가 29일 내린 결론의 내용은 살짝 예상을 벗어났다. 키움의 강정호 계약을 승인하지 않았을 뿐, 키움의 강정호 임의해지 신청 자체는 받아들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임의해지에 대한 유권해석, KBO의 2년 전 상벌위원회 제재 등을 종합했다.
결국 KBO 규약 67조 [복귀허가] '총재는 선수가 제재를 받게 된 경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수의 복귀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제 6~7장에 따라 제재를 받은 선수의 경우에는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단과 선수의 계약은 총재 직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규약 44호 4항 '총재는 리그의 발전과 KBO의 권익보호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선수와의 선수계약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를 적용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임의해지의 승인 혹은 미승인 여부만 고려하고 대응할 방법을 모색해왔기 때문이다. 고 단장은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29일 고척 KT전서 만난 키움 사람들 역시 같은 반응이었다.
키움이 검사 출신 위재민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것을 두고 강정호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구단이든 법률 전문가를 보유했고, KBO도 지난 1개월간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왔다.
키움이 KBO의 이번 결정을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현장에선 키움이 실제 소송전까지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우선 이미 극도로 차가운 여론이 소송전을 통해 더욱 악화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도 적지 않게 걸릴 예정이다.
결정적으로 키움이 소송에서 승소해봤자 '상처 뿐인 영광'이다. 극적으로 강정호가 키움과 계약할 수 있는 길이 모색되고, 그라운드에 돌아온다고 해도 반겨줄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게 확인됐다. 키움으로선 소송서 이긴다고 해도 웃을 수 없다. 더구나 KBO 회원사가 KBO와 법으로 싸운다? 그 자체로 망신스러운 일이다.
애당초 키움의 무리수였다. 2년 전과 달리 이번 복귀는 전적으로 키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고 단장은 "본인과 에이전트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라고 했다. 이제 마지막 절차만 남았다. 미국에 있는 강정호가 키움에 마지막으로 '복귀 포기' 의사를 확실하게 전하는 것이다.
그때 키움도 KBO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식입장을 발표하면 된다. 강정호는 어차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지 한참 됐다. 이제 강정호 2차 복귀사태의 결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파국이 예상됐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야구도 인생사도 상식대로, 순리대로 가야 한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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