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코치들도 발상을 바꾸자."
SSG 베테랑투수 고효준의 시즌 초반 맹활약이 잔잔한 화제다. 7경기서 8이닝 동안 1피안타에 11탈삼진 2볼넷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0. 2002년 롯데에 입단, 20년 내내 제구 기복으로 고생했던 투수가 환골탈태했다.
이미 언론들로부터 언급됐지만, 고효준은 패스트볼 제구의 기복이 심한 투수다. 초구와 2구에 억지로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하지 말고, 변화구 위주의 승부로 '발상의 전환'을 한 게 적중했다. 변화구 위주의 피칭, 특히 초구와 2구의 변화구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김원형 감독은 제구 기복으로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유망주 투수들이 고효준 케이스를 참고할 만하다고 했다. "파이어볼러 유망주들 중에서 데뷔 5년 이상 됐는데도 제구가 안 잡히는 투수들이 있지 않나. 지도자들부터 발상을 바꿔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 '제구, 제구, 제구' 이러는데, 2군에서 패스트볼 제구가 5년 이상 안 잡히는 투수라면 생각을 바꿔서 훈련시키면 어떨까 싶다. 그 투수들도 5년 동안 얼마나 노력했겠나. 차라리 변화구를 한번 연습해서 그쪽으로 패턴을 바꾸면 어떨까"라고 했다.
고효준의 경우, 20년간 선수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변화구를 습득했기 때문에 김 감독의 제안이 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5년 내외의 젊은 투수들이 1군을 돌파하지 못했다면 변화구 완성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어차피 패스트볼 제구를 잡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면, 김 감독의 말대로 해보는 것도 해볼만한 도박이다. 단, 김 감독은 "1~2년차라면 패스트볼 제구를 잡는 노력을 계속 하는 게 맞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5년 넘게)이렇게도 저렇게도 안 된다면 발상의 전환을 해볼 만 하다. 변화구 투수를 만들자는 게 아니라 변화구를 통해 다른 강점을 살리자는 것이다. 우리 코치들에게도 그런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국내 투수들의 경우 여전히 150km 중반을 거뜬히 찍는 선수가 많지 않다. 젊은 투수들도 마찬가지다. 구속보다 제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구속이 150km 이상 나오는 투수가 제구의 안정감이 생기면 언터쳐블이 된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이 이 케이스다. 패스트볼 제구가 잡히고 변화구 품질이 좋아지면서 KBO리그 최고 투수 반열에 올랐다.
반면 같은 팀의 장재영처럼 150km 이상을 던지는데 제구 기복으로 안정감이 떨어지는 유망주들도 있다. 한화에서 자리 잡아야 할 문동주도 어떻게 성장할지 지켜봐야 할 유망주 투수다. 한국야구의 미래 동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라도, 김원형 감독의 발언은 150km 파이어볼러 유망주들과 10개 구단 투수코치들이 곱씹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김원형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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