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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처음에 직구 사인이 나와서 고개를 흔들고 슬라이더를 던졌다."
'151억원 사나이' SSG 김광현은 3일 인천 한화전서 KBO리그 복귀 후 한 경기 최다 피안타(7개)를 기록했다. 한화 타자들이 철저히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춘 스윙을 했는데 슬라이더에 걸려서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왔다고 돌아봤다.
1-1 동점이던 6회초 1사 1,2루 위기였다. 하주석 타석이었다. SSG로선 여기서 점수를 내주면 흐름을 넘겨줄 수 있는 상황. 초구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런데 2구를 앞두고 사인을 주고 받더니 돌연 포수 이흥련을 마운드에 불렀다.
이후 2구에도 슬라이더에 헛스윙을 유도했고, 3구에 역시 슬라이더를 던져 3루 땅볼을 유도했다. 계속된 2사 2,3루 위기서 이진영에게 역시 슬라이더만 3개를 던져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김광현은 "처음에 직구 사인이 나와서 고개를 흔들고 슬라이더를 던졌다. 스윙을 하더라. 2구에 또 직구 사인을 내길래 불렀다"라고 했다. "안 맞을 것 같은 스윙인데, 슬라이더로 가야 할 것 같다." 결국 김광현이 승부처에 이흥련에게 고개를 흔든 게 통했다.
김광현의 설명대로 한화 타자들은 주로 김광현의 패스트볼 타이밍에 맞춰 타격했다. 때문에 김광현은 슬라이더를 더 강하게 던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볼배합에 정답은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흥련의 사인보다 김광현의 생각이 결과적으로 옳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이흥련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켜세웠다. "한화 타자들이 직구 타이밍에 슬라이더를 친 건 좋은 스윙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흥련이와 매 이닝 계속 얘기했다. 흥련이가 정말 공부를 많이 하고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면서 성장한 것 같다"라고 했다.
오히려 김광현은 "앞으로 한화를 만나면 슬라이더에 안 걸리게 속도를 조절하든 체인지업을 구사하든 여러 방면을 생각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김광현의 이런 말에는 이흥련에 대한 배려와 진심이 투영됐다고 봐야 한다.
김광현은 16년차 베테랑이다. 지난 2년간 메이저리그를 경험하면서 야구에 대한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다는 평가다. 그리고 여유가 생겼다. 자신을 넘어 팀과 팀 동료, KBO리그 전체의 발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광현은 "10년 전에는 성적을 못 내고 흔들리거나 마운드에서 화날 때, 흥분할 때 가라앉히지 못하고 여유 없는 행동을 했다. 이젠 코치님, 야수들, 포수들의 도움도 받을 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성적도 좋아지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에서 야디어 몰리나라는 '대포수'와 함께 하며 큰 영향을 받았다. 김광현은 "몰리나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느꼈다. 나도 마운드에서 남을 도울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했다.
김광현은 확실히 시즌 초반부터 151억원 에이스다운 아우라를 풍긴다. 단순히 투구에서만 드러나는 건 아니다. 주위의 도움도 받고 주위를 챙길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에이스다.
[김광현(위), 이흥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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