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김진성 기자] "너무 열정이 넘친다."
KIA 'FA 통산 147억원 사나이' 최형우(39)는 사실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14일까지 34경기서 타율 0.228 15타점 9득점 OPS 0.671. 홈런은 아직도 신고하지 못했고, 애버리지와 장타력 모두 만족과 거리가 멀다.
전성기에도 운동능력을 앞세운 스타일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 보니 신체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인 듯하다. 그러나 KIA 타선의 구성상 여전히 최형우의 장타력과 클러치능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분전이 절실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최형우가 KIA 벤치와 후배들에게 존경 받고, 팬들에게 미움 받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여전히 덕아웃의 정신적 지주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미친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만큼은 나이를 잊는다.
최형우는 6일 대전 한화전 2회 무사 1루서 기습적으로 3루 방면 번트안타를 생산했다. 최형우를 상대하는 내야진은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게 공식이다. 최형우는 타격감이 좋지 않지만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번트안타를 시도했다.
일회성이 아니었다. 그 경기 전에도 최형우가 번트를 시도하는 장면이 종종 있었다. 김종국 감독의 지시일 리 없었다. 순전히 최형우의 판단이었다. 13일 잠실 LG전서도 오랜만에 2안타에 4타점을 생산한 것보다 3회초 1사 3루서 황대인의 좌익수 뜬공에 3루에서 홈으로 태그업 할 때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한 게 눈에 띄었다.
본인도 "3년만에 한번씩 한다"라고 할 정도였다. 발이 빠르지 않아 실전서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그 순간에는 단 1점을 위해 홈으로 그냥 들어가지 않았다. 이 역시 번트안타와 같은 맥락이다.
김종국 감독은 물론이고, 후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귀감이 된다. 프로로서 당연한 것이다. 어차피 그라운드에서 나이와 선, 후배는 없다. 다만 자신의 야구가 잘 안 풀리는 베테랑이 부상 걱정을 떨쳐내고 매 순간 몸을 던지고 희생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김 감독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형우가 너무 열정이 넘친다. 홈에서 악간 접전일 것 같아 마음 급해서 했던 것 같다. 자신도 모르게 팀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을까.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귀감이 된다"라고 했다.
최형우는 김종국 감독 취임식과 스프링캠프 인터뷰서도 수 차례 개인성적에는 욕심 없다고 했다. 올 시즌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을 보면, 정말 타이거즈의 부활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단지 개인의 결과물이 안 나와 안타까운 케이스다. 여전히 39세 베테랑은 건재하다. 개인성적을 조금 더 올리면 가치는 극대화 될 수 있다.
[최형우.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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