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가성비 갑과 가성비 최악의 외국인선수를 함께 보유한 팀이 있다.
키움이다. 100만달러 외국인타자 야시엘 푸이그와 40만달러 외국인투수 타일러 애플러가 있다. 푸이그는 44경기서 타율 0.201 5홈런 17타점 20득점 OPS 0.634 득점권타율 0.219다. 10개 구단 외국인타자 중에서도 가장 저조한 생산력이다.
반면 애플러는 9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20이다. 투고타저 시즌에 3점대 평균자책점은 평범하지만, 몸값을 생각하면 준수한 수치다. 퀄리티스타트 3회에 불과하지만, 피안타율 0.259, WHIP 1.20으로 괜찮다.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4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3실점 이하로 막아냈다. 키움 타선의 생산력이 리그 최하위권이라 승수 쌓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난 2개월간 크게 무너진 경기가 없었다. 4월21일 고척 SSG전 5이닝 8피안타 3탈삼진 2볼넷 4실점이 가장 나쁜 결과였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패스트볼 평균구속 145.5km로 평범하다. 대신 포심패스트볼 구사율은 18.8%에 불과하다.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순으로 구사한다. 다양한 변화구와 안정된 커맨드로 경기를 잘 풀어간다. 투심과 커브 피안타율이 다소 높지만, 나머지 구종의 피안타율은 안정적이다. 올해 끈끈한 수비를 장착한 키움 내야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
애플러의 마이너리그 시절 스펙만 보면 왜 40만달러 계약을 맺었는지 이해가 된다. 그렇게 인상적인 수치들이 없다. 다만, 2021시즌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트리플A 구단에서 팔 각도를 낮추다 실패한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슬라이더의 각을 극대화하기 위한 변화였으나 모든 구종의 제구가 나빠졌다는 게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내놓은 본인의 설명이었다.
환경 변화라는 변수가 있지만, 어쨌든 올해 국내에서 수준급 변화구 제구와 커맨드로 잘 살아남고 있다. 21일 고척 한화전서는 무려 7⅓이닝 동안 4피안타 4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3승을 달성했다. 상대가 한화였다고 해도 시즌 최다이닝 소화는 의미 있다. 심지어 투구수는 88개였다. 경제적 피칭의 진수를 선보였다.
홍원기 감독과 팬들의 신뢰가 높아졌다. 홍 감독은 "한국에 와서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다. 보통 타자들이 점수를 많이 뽑으면 투수들이 그 다음 이닝에 힘든 결과를 내는데, 점수를 많이 뽑아도 전력으로 던지면서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어가자는 생각을 했다. 이지영도 플랜을 잘 짰다"라고 했다.
애플러의 몸값 40만달러만 보고 10개 구단 외국인선수 중 가장 먼저 퇴출될 것이라는 우려를 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2개월을 돌아보니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안정적인 키움 선발진의 당당한 한 축이다. 오히려 100만달러의 푸이그가 위험하다.
[애플러.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