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샌드위치 사이에 있는 햄?"
KIA 4번 타자 황대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젠 4번 타자의 무게감을 받아들이고, 즐길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중요하니까요"라고 했다. 타이거즈 타선에서 본인의 역할,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다. 실제 결과물이 나오면서 탄력을 받았다.
5월22일 광주 NC전부터 2일 잠실 두산전까지 10경기 연속 4번 타자로 나섰다. 최근 KIA 타선의 흐름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김종국 감독은 굳이 선발라인업을 흔들지 않는다. 황대인이 지금 페이스에게 크게 꺾이지 않는다면, 시즌 내내 4번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
51경기서 타율 0.284 8홈런 44타점 16득점 OPS 0.782 득점권타율 0.303. 리그 최상위급 생산력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팀의 4번 타자와 견줘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준으로 성장했다. 타점 2위가 최고의 경쟁력이다. 지난 2년간 플래툰으로 유의미한 경험을 쌓았다.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을 맞아 마침내 포텐셜을 터트렸다.
팀 타선 특성상 오른손 거포가 마땅치 않은 현실, 미래를 내다봐도 나성범의 대를 이을 간판 중심타자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황대인의 폭풍성장은 KIA로선 반갑기만 하다. 2일 잠실 두산전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더 이상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자신에 대한 팀과 팬들의 신뢰를 알기 때문이다.
황대인은 "4월에는 컨택에 집중했는데, 5월에는 자신 있게 돌리라는 조언에 내 스윙을 했다. 사실 5월에도 좋은 선배들 사이에 숟가락만 얹은 것이다. 출루도 중요하고, 해결도 중요하다. 정말 편하게 치고 있다. 4월에 안 좋았던 게 큰 경험이 됐다"라고 했다.
늘 헛스윙이 많고, 애버리지가 아쉬웠다. 레그 킥을 줄여 컨택트 능력 향상에 집중한 게 적중했다. 이젠 그걸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쳐도 좋은 결과물이 나올 정도로 기술적, 정신적으로 성장했다. 황대인은 "인플레이 타구만 후회 없이 만들자는 생각이다"라고 했다.
시즌 전 목표로 세운 80타점은 상향 수정해야 한다. 100타점 돌파가 유력하다. 그러나 황대인은 마인드컨트롤도 잘 하는 타자다. "목표는 여전히 80타점이다. 여전히 하루살이"라고 했다. 한편으로 "올해와 내년이 정말 중요하다. 올 시즌에는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라고 했다. 심지어 "우타 거포 유망주라는 수식어도 부담 없다. 야구를 잘한 선수가 아니다"라고 했다.
샌드위치의 빵조차 되지 못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조정기를 타고 떨어질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샌드위치의 햄은 쉽게 사람의 입맛을 배신하지 않는다. 황대인은 그만큼 폭풍성장했다. KIA가 성적만큼이나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
[황대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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