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 팀 선수들은 성장하는 선수들이다. 불펜 투수들에게 1이닝을 맡겨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시즌 초반에 내놓은 발언이다. 불펜 투수들에게 되도록 1이닝을 완전히 맡기겠다는 얘기였다. 해당 이닝 중간에 교체하지 않고, 시작과 끝을 한 투수에게 책임지게 하겠다는 의도.
그래야 해당 불펜 투수가 강한 책임감을 갖고 성장할 토대가 만들어지며, 위기를 만나도 교체 없이 스스로 극복할 때 성장에 탄력을 받는다는 지론이다. 사실 장정석 KIA 단장이 키움 사령탑 시절에 시도했으나 완벽히 정착하지는 못했다.
이상과 현실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급 셋업맨들도 매년 호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해당 불펜 투수가 이닝 중간에 흔들리고 실점해서 승기가 넘어갔는데도 교체를 하지 않다가 경기를 내주면, 그런 경기가 쌓이면 성적은 처질 수밖에 없다. 성적에 자유로운 감독은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올해 홍원기 감독은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아직도 시즌은 2개월 밖에 흐르지 않았다. 더 많은 표본을 쌓아야 성패를 확인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키움의 불펜 '1이닝 책임제'를 성공이라 단언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각종 수치만 보면 홍 감독의 뚝심과 디시전이 결국 성공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보인다. 우선 홍 감독이 무조건 이닝 중간에 불펜 투수를 교체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실제 키움 불펜 투수들 중에서 ~⅓이닝, ~⅔이닝을 기록 중인 투수가 적지 않다. 다만, 실제로 불펜 투수를 이닝 도중에 교체하는 비중이 다른 팀들보다 다소 적은 건 사실이다.
키움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5일까지 3.42로 1위 LG(2.84)에 이어 2위다. 팀 홀드는 31개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블론세이브는 2회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더 흥미로운 건 사실상 필승조와 추격조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물론 메인 셋업맨 김재웅, 마무리 이승호로 이어지는 8~9회 그림은 명확하다. 그러나 특정 투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키움 불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김재웅이다. 25경기서 25이닝이다. 그 다음이 마무리 이승호(23⅓이닝), 하영민(21이닝), 문성현(18⅔이닝) 순이다. 롯데 마무리 최준용이 25경기서 29이닝, LG 김진성과 KIA 장현식이 28경기서 28이닝을 쌓은 걸 감안하면 불펜 투수 개개인의 피로도 관리가 잘 되고 있다. 롯데, LG, KIA보다 개개인의 이닝 부담이 적은데 팀 승률은 높다.
결국 홍 감독이 장기레이스를 감안해 최대한 많은 투수를 준비시켜놓은 게 성공으로 귀결됐다. 실제 김재웅, 이승호, 하영민, 문성현의 평균자책점은 1.08, 1.16. 1.71. 1.93. 그런데 12경기서 13⅓이닝을 소화한 김준형도 평균자책점 2.03이다. 충수염으로 1개월간 쉰 '본래' 마무리 김태훈도 13경기서 12⅔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42다.
조상우가 빠지면서 올해 키움 불펜은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보였다. 전임 감독 시절 맹활약한 좌완 이영준은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뒤 아직도 소식이 없다. 그러나 이승호, 하영민, 문성현 등 과거 선발투수 출신들이 화려하게 변신하며 대반전을 완성했다.
개개인의 피로도는 낮고, 1이닝씩 책임지며 위기를 극복하는 맷집은 좋아지고 있다. 홍 감독의 불펜 '1이닝 책임제' 정착은 지금까지 키움 2위 질주의 핵심 동력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기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한 사람들을 머쓱하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기자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야구 몰라요'라는 말이 떠오른다.
[키움 홍원기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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