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팬들께서 뽑아주면 당연히"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1루수, 3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2홈런) 3타점 2득점으로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며 팀의 13-0 완승의 선봉장에 섰다.
올 시즌으로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선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활약이다. 이대호는 12일까지 58경기에서 79안타 8홈런 28타점 타율 0.353 OPS 0.894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름을 가린다면, 은퇴를 앞둔 선수의 활약이라고는 생각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성적은 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대호는 은퇴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타율 리그 2위, 최다 안타 3위를 질주 중이다. 팀 내에서의 순위는 더욱 높다. 이대호는 최다 안타 1위, 타율 1위, 타점 2위, 홈런 공동 3위를 내달리고 있다. 장타력도 여전하다. 12일 경기에서는 개인 통산 19번째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올해를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는 이대호의 목표는 '가을 무대'를 밟는 것이다. 하지만 팀 상황이 참 좋지 않다. 현재 롯데는 주전 1루수 정훈을 비롯해 이학주, 김민수, 고승민, 김재유 등 수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4월 월간 MVP'를 수상한 한동희는 1군 엔트리에 포함돼 있지만,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쉽지 않은 몸 상태다.
동료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하지만, 외로운 싸움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호는 "팀이 조금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의 부상이 너무 많다. 어린 선수들에게 잘 해달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다. 시간이 지나고 성장을 하면 좋아지겠지만, 주축 선수들이 올 때까지는 나를 비롯해 (전)준우, (안)치홍이가 버티면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착잡한 심경과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이대호는 12일 경기에서 1루수 출전을 자청했다. 최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 어떻게든 배려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그는 "원래 (전)준우가 1루수였는데 '내가 나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했다. 내가 1루수로 나가서 팀도 이겨서 기쁘고 좋다"며 "고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쉬는게 좋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팀이 좋아질 수 있다면, 내가 나가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는 엄청난 커리어를 갖춘 '리빙 레전드'다. 이대호는 한국인 선수로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무대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다. 또한 수많은 국제대회에 출전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 결과 올 시즌 말미에는 공식적으로 '은퇴 투어'도 진행된다.
비록 롯데의 성적은 썩 좋지 않지만, 팬들은 올스타전에서 이대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아낌없이 표를 던지고 있다. 13일 오전 1시 기준 드림올스타 지명타자 부문에서 추신수(4만810표)를 크게 따돌리고 1위(10만5062표)를 질주 중이다. 지금의 추세라면 안치홍과 '유이'하게 올스타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대호는 "팬들께서 마지막이니까 많이 뽑아주시는 것 같다. 열심히 하겠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계속해서 이대호는 "솔직히 올스타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린 선수들이 많이 가는 것이 좋다"면서도 "팬들께서 뽑아주면 당연히 가야 한다. 마지막 시즌이고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팬들이 좋아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준비 잘 하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이대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싸우겠다는 생각. 그는 "부상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갔다. 신인들이 많아서 1~2경기 지면 분위기가 올라올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 힘들었는데, (전)준우도 돌아왔고, (한)동희도 대타로 나서고 있다. 이제 (정)훈이와 (이)학주가 오면 더 좋아질 팀이다. 한 번 잘 버텨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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