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그때 그 느낌이 살아나고 있다."
두산 우완투수 이영하(25)의 최고의 시즌은 2019년이었다. 17승4패 평균자책점 3.64로 두산의 페넌트레이스,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진두 지휘했다.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우완 에이스의 등장이라며 환호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후 이영하는 실망스러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과 함께 평범한 투수로 돌아갔다. 선발로테이션을 돌 때 부진하다 불펜으로 강등되면 회복하고, 다시 선발로 돌아서면 또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마무리까지 맡던 시절이 있었지만, 역시 이영하에게 어울리는 옷은 선발이다.
올해도 이영하는 선발투수다. 지난 2년에 비해 페이스가 좋다. 15일 고척 키움전서 6⅔이닝 3피안타 5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시즌 5승(4패)을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4.39. 아직 2019년 에이스 모드와 거리가 멀다. 그래도 두 가지 수확이 있었다.
우선 키움 킬러, 고척 킬러임을 재확인했다. 올 시즌 이영하는 키움전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0.93, 심지어 고척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66이다. 특히 고척에선 2020년 4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0.87, 2021년 2경기서 평균자책점 제로.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도 투수 본인에겐 기분전환이 되는 대목이다. 이영하는 "그래도 고척보다 잠실이 편하다. 키움 타선은 직구에 강점이 많다. 김혜성, 이정후 등 좋은 타자가 많다. 까다로운 팀"이라고 했다.
진짜 수확은 따로 있다. 왼발의 변화다. 그동안 투구 자세에 들어간 뒤 내딛는 왼발이 닫히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살짝 여는 느낌으로 내딛으니 우타자 기준 바깥쪽 패스트볼의 위력이 배가됐다. 아무래도 왼 발이 닫히는 느낌일 때는 우타자 바깥쪽으로 팔을 뻗는 게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을 것이다.
이영하는 "큰 부분은 아니다. 앞발이 닫히는 것 같아 오른쪽 타자 바깥쪽에 꽂히는 느낌이 없었다. 그러도 보니 예전에도 앞발이 열려있을 때가 좋았다. 바깥쪽으로 잘 던진 것 같은데 다시 살펴보면 가운데로 들어가고 그랬다"라고 했다.
육안으로는 거의 감지하기 어려운 변화지만, 투수 본인은 느낌이 다르다. 투수코치 및 전력분석 파트와 트레킹 데이터를 통해 변화를 확인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이영하는 키움전 강점을 찾은 것 이상으로 막힌 혈을 뚫은 경기였다.
이영하는 "4승을 기록 중이었는데, 주위에서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었다. 더 잘해야 하나 싶었다. 전반기에 5~6승만 하면 내 몫을 한다고 생각한다. 2019년과 지금의 내가 다르긴 한데, 그래도 그때 그 느낌이 살아난다"라고 했다.
마침내 긴 암흑의 터널을 빠져나올 조짐이다. 이영하는 "작년에는 타자를 상대해도 '안 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았다. 이젠 그렇지 않다. 올 시즌에는 1경기만 제외하면 컨디션, 밸런스도 좋았다"라고 했다.
[이영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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