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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5900원짜리) 먹거리를 돈을 안 내고 허위로 폐기처리까지 하면서 취식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성행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판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이 5900원짜리 족발을 폐기상품으로 처리하고 먹었다가 편의점 주인의 신고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6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강영재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20년 7월5일 오후 7시40분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주말 오후 3시~10시 아르바이트 근무를 뛰던 중 5900원어치 족발세트를 고의로 폐기 등록하고 취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를 고소한 당사자는 해당 편의점의 주인이었다.
"족발세트는 밤 11시30분이 지나야 폐기대상이 되는데, A씨는 그 전에 이를 먹었다"는 게 고소 취지였다.
A씨는 벌금 20만원의 약식명령이 내려진 데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명령이란 검사가 공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이나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면, 법원이 정식 재판 없이 서류를 검토해 형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편의점에서 근무할 당시 폐기 대상 제품은 먹어도 된다고 교육받은 바 있고, 족발세트가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난 폐기 대상 제품이라고 생각해 먹었을 뿐"이라며 "이를 횡령한다는 고의는 전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CCTV 등 증거들을 살펴본 강 판사는 "족발세트를 횡령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려면, 멀쩡히 판매될 수 있는 물품이란 것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먹었다는 점이 드러나야 한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 판사는 "당시 편의점엔 시간대별 폐기상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가 스티커로 붙어 있었다"며 "도시락 폐기 시간은 저녁 7시30분인데, 피고인이 취식한 족발세트는 마치 도시락과 같은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꼭 쌀밥이 있어야만 도시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컨대 피고인은 족발세트를 폐기상품 표에서의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판매 가능 시간이 지난 후 이를 폐기상품으로 처리한 뒤 기존에 전달받은 것처럼 이를 폐기하는 대신 먹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이 편의점에서 근무한 5일간 15만원이 넘는 물품들을 '본인 돈'을 내고 구입했던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강 판사는 "근무일수를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아무 전과 없는 피고인이 5900원짜리 족발세트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이라며 "그 정도 먹거리를 돈을 안 내고 허위로 폐기처리까지 하면서 취식했다는 것은 피고인의 성행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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