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잘하지만 아직 어리다."
현역 통산타율 1위를 달리는 이정후(키움)도 못하는 게 있다? 사실이다. 이정후는 현재 키움의 '임시 주장'이다. 젊은 선수가 많은 팀에서 간판타자로 활약하는, 키움의 코어 중의 코어다. 더구나 야구 실력 이상으로 성숙한 마인드를 지녔다.
'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주장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2021시즌에도 1999년생, 작년 기준 만 22세의 김혜성이 시즌 도중 주장을 맡기도 했다. 키움은 젊은 선수들끼리 잘 뭉치고 시너지를 내는 팀이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이정후에게 정식 주장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다. 주장감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현 시점에서 이정후가 임시 주장만 잘 해줘도 만족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후가 잘 하지만, 아직 어리다"라고 했다.
올 시즌 키움의 주장은 이용규다. 홍원기 감독이 직접 점 찍은 건 아니다. 코치진에서 선수들과 협의를 거쳐 내린 결론이다. 입단 2년차지만, 이미 작년부터 후배들의 신뢰가 두터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주원이 은퇴하고 박병호(KT)가 떠나면서 선수단 최고참이 됐다.
보통 최고참은 주장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키움에는 20대 초~중반의 선수가 수두룩하기에 최고참 이용규의 리더십을 믿기로 했다. 이용규는 비록 올 시즌 부진과 부상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지 못했지만, 덕아웃에 있을 때만큼은 후배들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다.
이정후조차 키움의 외부 저평가에 대한 이용규의 의연한 대처에 용기를 얻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정후는 "용규 선배님이 '아직 우리 팀에서 빛을 못 본 선수들의 실력을 모르고 한 얘기다. 그런 평가에 신경 쓰지 마라. 오히려 우리가 이를 악물고 해야 하고, 기분 나빠해야 한다. 우린 뒤집을 능력이 있다'라고 했다. 용규 선배님은 항상 자신감을 쌓아주는 말씀을 한다"라고 했다.
홍원기 감독은 "이용규가 어린 선수들에게 선수생활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리더십도 있다.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준다. 어린 선수들은 보고 배울 점이 많다. 이정후가 필드에서 중심을 잡는다면, 이용규가 덕아웃에서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으면 된다"라고 했다.
이용규는 오른쪽 견갑골 미세골절로 5월11일 고척 두산전 이후 1군 출전 기록이 사라졌다. 최근 홍원기 감독으로부터 이용규의 '1군 복귀 거부(?)' 에피소드가 알려져 화제가 됐다. 자신이 2군에서 타격감이 올라올 때까지는 1군에 부르지 말라는 부탁이었다. 이 역시 타격감이 완전치 않은 자신이 팀 성적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서다.
이정후가 1달 넘게 임시 주장을 잘 하고 있다. 야구까지 잘 하니 키움으로선 더 말할 게 없다. 그러나 아직 이정후는 키움의 정식 주장이 될 자격은 없다. 이정후 이상으로 팀에 반드시 필요한, 소중한 베테랑 이용규가 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자신의 요청대로 타격감을 완벽히 올린 뒤 1군에 올라온다.
[이용규(위), 이용규와 이정후, 푸이그(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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