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31살에 처음으로 1군에 와서…”
LG 우완 불펜 김진성(37)을 18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만났다. 기자와 동명이인이라 NC 시절부터 잘하든 못하든 꾸준히 지켜봤다. 직업 특성상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사람인지라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실제 기자의 감성을 건드릴만큼 휴먼드라마를 써 내려가는 선수다.
2021시즌을 끝으로 9년간 몸 담았던 NC에서 퇴단했다. “마흔까지는 하고 싶죠”라며 야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그에게 37세 시즌을 앞두고 야구를 그만두는 건 가혹했다. 결국 올 시즌 LG에 입단,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31경기서 2승3패5홀드 평균자책점 3.52. LG는 부상으로 이탈한 전천후 송은범의 역할을 해줄 불펜을 찾고 있었다. 김진성은 딱 맞는 대안. 심지어 최근에는 8회에 등판하는 메인 셋업맨 정우영에게 좋은 흐름을 연결해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정용과의 역할 교대다. 류지현 감독의 신뢰가 더욱 두터워졌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작년 141.5km서 올해 143.7km로 올랐다. 주무기 포크볼의 위력도 배가됐다. 17일 고척 키움전서는 ⅔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냈다. 최근 통산 48번째로 500경기(501경기)도 돌파했다.
김진성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퇴한 선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LG에 감사하다. LG가 기회를 안 주면 이런 기록을 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단, 기록이나 보직을 의식하지 않는다. “필승조든 뭐든 생각하지 않는다. 10점차, 20점차가 나도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런 김진성에게 야구란 무슨 의미일까. “인생 그 자체다. 야구에 내 얘기가 담겨있다”라고 했다. 2004년 SK에 2차 6라운드 42순위로 입단한 뒤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1군은 9구단 NC에서 2013년에야 처음으로 밟았다. 그의 나이 만 28세였다.(본인은 31세라고 떠올렸다)
김진성은 “(고)우석이나 (정)우영이를 보면 부럽다. 나는 31살 때 처음으로 1군에 왔다. 감독님이 내가 성실하다고 하는데 프로라면 다 성실하다. 그리고 성실하지 않아도 잘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야구를 잘하면 안 성실해도 된다. 나도 쉬고 싶고 하기 싫을 때도 있다”라고 했다.
아주 빠른 볼을 가진 것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날카로운 제구력을 가진 투수도 아니다. 그러나 성실하게 운동하면 탁월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상당 부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다. 그래서 그는 구단들이 1~2년 부진한 베테랑들을 쉽게 내치는 문화가 아쉽다.
김진성은 “불펜 투수는 올해 잘해도 내년에 못할 수 있다. 그래도 기대치를 낮추지 않으면 좋겠다. 몇 년 연속 잘 하는 게 대단한 것이다. 올해 안 좋으면 내년에 잘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밸런스만 잡으면 다시 올라올 수 있다. 방출된 선수들도 다시 만들어서 쓰면 되지 않을까. 올해 안 되면 ‘끝났네’가 아니라 1~2년 더 두고 보면 좋겠다”라고 했다.
1군 주축으로 자리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야구를 그만둘 뻔한 위기를 몇 번이나 넘은 37세 베테랑의 말이라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 역시 선배 야구인들의 격려 속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NC 시절 김경태 코치, 현재 LG 경헌호 코치에게 특히 고마운 마음이다.
김진성은 “항상 고마운 분들이다. 작년 5월에 나갈 때마다 실점해서 힘들 때 김경태 코치님이 ‘투수는 계속 실점할 때가 있으면 계속 실점을 안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런 한 마디가 항상 감사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경 코치님도 ‘너무 야구 생각을 많이 하지 마라’고 했다. 하루에 영화를 한 세 편 정도 보고 야구 생각을 안 하니 기분전환이 됐다”라고 했다.
오랫동안 야구의 끈을 놓지 않고 달려온 비결이다. 이날 그에게 들은 얘기가 본인 야구인생의 극히 일부분이었지만, 진심을 눌러 담은 한 마디, 한 마디에 소름이 돋았다. LG 팬들도, 기자도 김진성에게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써 내려갈 드라마도 기대하면서.
[김진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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