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두산을 제외하고 우리가 지난 9년간 가을야구를 제일 많이 했다.”
대부분 야구전문가는 올 시즌 키움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2019시즌을 기점으로 김민성, 서건창(이상 LG),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박병호(KT), 박동원(KIA), 조상우(사회복무요원)가 잇따라 빠져나갔다.
실제 2020년부터 타선의 위력이 뚝 떨어졌다. 실제 올 시즌 키움의 대부분 타격지표는 하위권이다. 김하성, 박동원, 박병호 공백에 제리 샌즈 이후 외국인타자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 현실이 투영됐다.
여기에 조상우라는 특급 마무리마저 빠지니 하위권으로 예상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2018년부터 이 팀을 담당한 기자조차도 올해는 안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4월 중순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그럼 그렇지”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전문가들의 평가를 비웃고 고공 비행 중이다. 18일 고척 LG전 승리로 39승26패1무, 승률 0.600으로 단독 2위다. 심지어 약 1달째 2위를 빼앗기지 않는다. 3~4위 LG, KIA의 추격 사정권에 들어있지만 선두 SSG를 공략할 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타격을 제외한 모든 파트에서 최상위권이다. 매년 젊은 선수 1~2명씩 1군 주축멤버로 자리잡는 게 전통이다. 올해는 1~2명 이상이다. 야수진에는 김수환 김휘집 김준완에 부상으로 빠져나간 김태진과 신인 박찬혁도 있다. 김혜성의 2루수 전환이 대성공하며 중앙내야가 몰라보게 탄탄해졌다. 기본적으로 디펜스가 예년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마운드에는 뉴 페이스는 드물지만 문성현과 하영민 등 과거 선발투수로 실패했던 선수들이 나이를 먹고 특급 불펜으로 변신했다. 6선발이 가능한 팀이기도 하다. 팀 평균자책점 3.36으로 1위다. 선발 3.40으로 3위, 불펜 3.30으로 2위다. 지키는 야구를 제대로 한다.
이정후는 올 시즌 초반 “왜 우리 팀을 하위권으로 평가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당시에는 키움이 중~하위권이라 해당 발언에 무게가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시즌 반환점이 다가오니 이정후의 말이 ‘팩폭’이라는 걸 알게 됐다.
실제 올해 고흥~강진 스프링캠프를 밀도 높게 소화했다는 게 내부 진단이다. 외부에선 하위권으로 분류해도 내부적으로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생겼다. 젊은 선수들을 적극 육성 및 중용하면서 뎁스가 두꺼워졌다. 쉽게 미끄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정후는 최근 “두산을 제외하면 우리가 지난 9년간 가을야구에 제일 많이 갔다. 지난 2년간 모두 5위를 했지만, 어쨌든 가을야구를 했다. 나는 우리 팀이 잘 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라고 했다. 실제 키움은 2013년부터 작년까지 9년 중 8차례(2017년 제외) 가을야구를 했다. 이 기간 두산도 2014년을 제외하면 계속 가을야구를 했다. 이 기간 9년 내내 가을야구를 한 팀은 없다. 이정후의 기억은 정확하다.
이정후의 발언은 현 시점에서 절반 정도 입증됐다. 아직 페넌트레이스는 반환점을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기레이스는 변수가 많다. 키움이 지금 잘 나간다고 해서 9~10월까지 잘 나간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홍원기 감독도 막연한 낙관론을 경계한다. “아직 시즌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했다. 잘 나가지만 플랜 B~C를 미리 마련해 본격적인 혹서기에 대비한다.
결국 이정후의 발언은 그만큼 키움이 시즌 준비를 잘 했다는 자부심의 표출이다. 지금까지는 반박이 불가능하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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