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
키움은 10개 구단 중 한화 다음으로 20대 초~중반 저연차가 많은 팀이다. 그런데 성적과 덕아웃 분위기는 패배의식이 가득한 한화와 180도 다르다. 개개인이 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가 가득하다.
많은 관계자가 키움 선수들의 당당함과 긍정적 마인드를 높게 평가한다. 사실 많이 이기니 팀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기본적으로 고흥~강진 스프링캠프를 밀도 높게 소화하면서 개개인의 시즌 준비가 잘 됐다.
코칭스태프는 개개인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했다. 홍원기 감독은 지난달 30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우리 팀은 거포가 없다. 출루, 강한 타구 등 목표의식을 확실하게 설정했고, 코치들이 도왔다. 투수들은 구속보다 회전수 등 각자의 장점을 살리게 했다. 사소한 것부터 집중했다. 코치들은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이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긴 호흡으로 시즌을 구상하면서 절묘한 장기레이스 로드맵을 만들었다. 투타 모든 파트에서 개개인이 언제 무슨 역할을 헤야 하는지 안다. 부작용은 적고,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정후와 안우진을 제외하면 이름값 있는 멤버가 거의 없어도 선두 SSG를 1.5경기 차로 압박하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선수들은 자신감을 갖고 긍정마인드를 강화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달 30일 고척 KIA전은 잘 풀린 경기가 아니었다. 3-0으로 앞선 경기를 3-4로 역전당했다. 2선발 에릭 요키시가 무너졌다. 양현이 나성범에게 역전 홈런을 맞았다.
심지어 유격수 김휘집이 두 차례 악송구(한 차례만 실책 기록)를 하며 동점이 되는 등 분위기가 가라앉을 만한 요소가 가득했다. 그러나 8회 KIA 필승계투조를 무너뜨리며 극적인 재역전승을 일궈냈다. 흥미로운 건 김휘집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결승타의 주인공 전병우는 “휘집이는 성격이 좋아서 내일 또 잊고 할 것이다”라고 했다. 오히려 “내가 휘집이를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 오랜만에 3루수로 나가서 긴장도 했고, 실수도 있었다”라고 했다.
승리의 영웅이 오히려 팀을 어렵게 끌고 가게 한 후배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이다. 정말 패배의식이란 1도 없고, 오히려 선후배가 서로 끈끈하게 밀고 당기는 분위기가 확고하다는 게 증명되는 장면이다.
전병우는 백업 내야수다. 주전 3루수는 송성문이다. 이날 발등 통증으로 교체 투입됐다. 그러나 “수비도 매일 조금씩 투입되고 타격도 한 타석 씩 소화해서 감은 나쁘지 않았다. 내 할일을 찾아서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경기 후반에 나가도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라고 했다.
롯데에서 이적한지 3년차. 전병우는 키움의 비밀을 안다. “선수들이 주눅들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한다. 어떤 상황서도 자기 플레이를 한다”라고 했다. 결정적 실책에도 툭툭 털고 일어날 주전 유격수 김휘집을 보면 돤다. 그런 김휘집을 더 잘 챙겨주려고 하는 듬직한 형 전병우도 키움의 소중한 존재다.
키움이 올해 2위를 달릴 것이라는 예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5년째 이 팀을 담당하는 기자 역시 놀랍게 바라본다. 좋은 분위기, 긍정적 마인드를 대책 없이 그냥 갖는 게 아니다. 철저하고 디테일한 준비가 출발점이다. 알고 보면 이 팀이 2위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2위를 할 자격 역시 충분하다.
[전병우(위), 키움 선수들(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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