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 갈 수 있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즌아웃 됐다. 메이저리그에 한국투수가 사라졌다. 당장 메이저리그를 노크할 한국투수가 안 보인다. 마이너리그에서 분투하는 한국선수 대부분 타자다. 현실적으로, 류현진의 대를 이을 메이저리그 한국인 투수는 안우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안우진이 이정후처럼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다”라고 한 적은 없다. 이정후처럼 KBO리그에서 수년간 꾸준히 실적을 낸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속도가 확실히 남다르다. 단순히 패스트볼 구속 160km를 찍은 것에만 주목하면 안 된다.
제구와 변화구 품질에 대한 고민이 가득했던 투수다. 2018년, 데뷔 첫 해에는 포스트시즌에만 잠재력을 폭발했다. 2019년에 풀타임 선발을 처음으로 시도했으나 부상으로 낙마했다. 한계도 뚜렷했다. 2020년에는 메인 셋업맨으로 풀타임을 보냈다.
2021년에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페널티를 받느라 풀타임 첫 선발 시즌을 놓쳤다. 그러나 이때부터 안우진은 남달랐다. 5월부터 갑자기 제구가 잡히더니 경기에 나설 때는 언터쳐블 급으로 진화할 기미가 보였다. 단, 여전히 특정구간에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고 실점하는 경기들이 있었다.
데뷔 5년차, 풀타임 첫 선발에 다시 도전하는 2022년. 안우진은 서서히 무결점 선발투수로 진화 중이다. 지금도 타 구단 1~2선발보다 볼넷이 많은 편이긴 하다. 제구 기복도 있다. 하지만, 지난 1~2년전에 비하면 확연히 줄어들었다.
두 종류의 슬라이더, 구속을 조절하는 커브에 체인지업까지. 150km 후반의 패스트볼과 변화구 모두 원하는 지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스피드와 제구 모두 잡으면서 김광현, 양현종급 특급 선발로 떠올랐다. 이미 각종 1~2차 스탯을 보면 김광현급이며, 양현종을 앞선다. 15경기서 9승4패 평균자책점 2.17.
송신영 투수코치에게 지난달 30일 고척 KIA전을 앞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메이저리그 얘기를 꺼냈더니 “갈 수 있죠”라고 했다. 심지어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뛴 어떤 한국투수보다도 실링이 높다고 내다봤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일찌감치 안우진을 주목했다.
송 코치는 안우진이 비교적 몸이 얇아 부상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몸의 스피드가 좋다. 탄력과 넘어가는 가속도가 좋다. 그래서 몸이 얇아도 빠른 공을 던진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속은 지금보다 더 나올 수 있다”라고 했다. 이미 160km을 찍었지만, 여기서 더 나올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안우진은 한국 최고투수가 되기 위한 의지가 대단하고, 그라운드 밖에서 노력도 많이 한다는 후문이다. 송 코치는 “코너워크를 많이 신경 쓴다. 에이스니까. 에이스는 상대 에이스와 붙어서 이겨야 한다. 때로는 1점도 안 줘야 한다. 그래서 투구수가 늘어나기도 하지만 경기운영이 많이 좋아졌다”라고 했다.
과거 몇 차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송 코치는 “우진이는 승부욕도 있고 성격도 좋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착하다”라고 했다. 단, “본인은 싸움닭이 되고 싶어 하는데 마운드에서 얼굴이 붉히는 게 승부욕이 아니다”라고 했다. 마운드에선 포커페이스로 냉정하게 승부하되, 그라운드 밖에서 제대로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해줬다고 한다.
송 코치도 안우진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남다르다. 안우진이 포크볼에 관심있어 하길래 가르쳐 줬다는 게 최근 크게 화제가 됐다. 지난달 29일 고척 KIA전서 실제로 두 개를 던졌다. 그러나 송 코치는 안우진의 포크볼을 봉인시켰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부상을 우려한 게 결정적이다. 철저히 관리해 키움 에이스로 롱런시키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투수로 성장시키려고 한다.
안우진은 데뷔 후 단 한 시즌도 145일 이상 1군에 등록된 적이 없다. 국가대표팀 등록일수로 경감될 수 있지만, ‘과거’ 때문에 WBC 외에는 사실상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다. 현 시점에선 FA 혹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건너갈 수 있는 시기를 예측하긴 어렵다. 물론 키움은 소속 선수의 포스팅에 의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 권장하는 팀이다.
[안우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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