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파주 이현호 기자] “라돈 투게더 인마!” “허리 아파”
K리그를 대표하는 ‘명짤’ 중 하나다.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외국인 공격수 라돈치치는 당시 주장 임중용 코치로부터 크게 혼났다. 미니게임 훈련을 마치고 선수단 전원이 골대를 들어서 옮기는데, 라돈치치는 골대를 드는 시늉만 하며 그물에 손가락을 걸었다.
이 장면은 인천 유나이티드 다큐멘터리 <비상>에서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주장 임중용은 “라돈! 투게더 인마”라며 소리쳤다. 다 함께 들자는 뜻이었다. 하지만 라돈치치는 우리말로 “허리 아파”라고 핑계를 댔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중독성 강한 ‘밈(meme)’이다.
6일 오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대한민국 여자축구대표팀 훈련에서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물론, 라돈치치 에피소드와 달리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동생들이 맏언니 박은선(35)을 배려해 “언니는 쉬어요”라고 먼저 제안했다.
여자축구 장신 공격수 박은선은 최근 7년 만에 여자축구 대표팀에 복귀했다. 콜린 벨 감독은 박은선, 지소연, 조소현, 이영주, 김혜리, 장슬기, 이민아 등 최정예 선수들을 소집했다. 이들은 곧 일본으로 이동해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출전한다.
6일 오전 훈련을 마치고 나온 박은선에게 골대 옮기는 장면에 대해 묻자 “동생들이 배려해줘서...”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대표팀 분위기가 예전보다 자유롭고 즐기는 분위기다. 마음이 편하다. 동생들이 다 착하다. 저는 축구만 신경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콜린 벨 감독은 “경기 흐름에 따라 박은선 활용 여부를 결정하겠다. 2023 여자월드컵까지 12개월 남았다. 그 사이에 박은선이 체력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수 지소연은 “7년 만에 은선 언니랑 같이 뛴다. 어느 시점에 투입될지 모르겠지만 은선 언니는 좋은 카드다. 은선 언니랑 동아시안컵에 함께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기대했다.
주장 김혜리는 “은선 언니가 좋은 선수라는 건 다 안다. 우리 팀의 큰 장점이자 무기다. 동아시안컵에 나가면 언니보다 피지컬 좋은 선수가 없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또한 “제가 처음 실업팀에서 축구 시작할 때 은선 언니 도움을 많이 받았다. 든든하다. 언니에게 기대고 조언 구할 수 있다. 후배들이 언니의 장점을 보고 배우길 바란다. 주장으로서 언니가 고맙다”고 덧붙였다.
2005년 동아시안컵 우승 이후 17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대표팀은 19일에 개최국 일본과 붙고, 23일에 중국과 만난다. 26일에는 대만과 격돌한다. 한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지소연은 “제가 출전한 동아시안컵 최고 성적은 3위다. 저 없을 때는 2위를 했다. 이번엔 최고 성적을 내보겠다”고 각오했다. 김혜리는 “3전 전승으로 우승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존 멤버들과 박은선의 시너지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사진 =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비상>]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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