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정후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리웠다. 2년 뒤에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키움은 6일 잠실 두산전서 2-5로 패배, 연승을 9로 마감했다. 김태훈이 7회말에 허경민에게 결승 만루포를 맞은 것, 타선이 좀 더 활발하지 못했던 게 패인이다. 그리고 간판스타 이정후의 돌발 이탈이 치명적이었다.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에서 두산 선발투수 곽빈의 슬라이더에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당했다. 이후 3회초 타격을 정상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3회말 수비 시작과 함께 이병규로 교체됐다.
이정후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키움으로선 살얼음 리드서 이정후의 존재감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실제 이병규는 5회초 1사 1,2루 찬스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말 시작과 함께 박준태로 교체됐다. 박준태도 7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삼진으로 돌아섰다.
키움 타선은 경기후반 승부처서 나름의 응집력은 있다. 그러나 각종 팀 타선 지표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서건창(LG), 박병호(KT), 박동원(KIA) 공백을 특정 선수가 완벽하게 메우긴 어렵다.
현실적으로 키움 타선은 여전히 ‘이정후와 아이들’이다. 이정후가 있어도 타선이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지는데 이정후마저 없으니 두산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조금 편안하지 않았을까. 결국 키움은 10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키움으로선 이정후의 돌발 이탈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면 이정후가 없는 라인업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다. 이정후는 이미 공개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빠르면 2023시즌 후 한미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키움을 떠난다. 몸값과 팀 선택, 시기의 이슈만 남았을 뿐,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확실하다.
장기적으로 키움은 이정후 없는 날들이 일상이 되는 것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적어도 내년까지 함께할 이정후를 미리 전력구상에서 빼라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정후가 없어도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곧 현실이 된다.
올 시즌 키움의 행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무리 리빌딩 전문구단이라고 해도 최근 1~2년간 너무 많은 주축 멤버가 빠져나갔다. 올 시즌은 하위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었다. 그러나 키움은 2군에서 올라온 젊은 선수들에 방출생 출신 선수들까지 터지며 시너지를 냈다. 10연승에 실패했을 뿐, 9연승과 7연승을 한 차례씩 기록하며 당당히 2위다. 심지어 선두 SSG에 단 1.5경기 뒤졌다. 이런 관점으로는 2~3년 뒤 이정후 공백 역시 어떻게든 메울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이정후가 김하성, 서건창, 박병호, 박동원 이상의 대체 불가능한 선수인 것도 사실이다.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센터라인의 핵심이다. 덕아웃에서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키움이 없으면 없는대로 잘 하는 팀이라고 하지만, 이정후가 없는 현실을 마냥 낙관하기도 어렵다. 이정후 같은 선수를 또 육성하는 건 키움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키움은 이정후 없는 시대에 어떻게 대비할까. 뜬구름 잡는 말이 아니다. 빠르면 2년 뒤 현실이 된다. 구단 차원에서 지금부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정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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