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선수가 이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
한화 백업포수 박상언(25)은 9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 “감독님, 어제 젠 나 자신에게 실망했습니다”라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선수가 감독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며 놀라워했다.
박상언은 2016년 2차 8라운드 79순위로 입단한 뒤 2017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8일까지 1군 통산 75경기 출전에 그칠 정도로 경험이 부족하다. 올해 수베로 감독은 ‘54억원 포수’ 최재훈을 뒷받침할 포수로 박상언을 적극 중용한다. 최재훈이 2경기에 선발 출전하면 1경기 정도 박상언에게 선발 마스크를 씌운다. 이때 최재훈을 지명타자로 기용하기도 한다.
어느 팀이든 제대로 된 포수 한 명을 육성하는 게 타 포지션보다 몇 배는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익혀야 할 기술도 많지만, 단순히 기술 함양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 포수의 경기 리드&리액트, 그것에 대한 경기운영 노하우다. 절대적으로 경험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박상언은 실전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겪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올해 백업포수 치고 적지 않은 31경기에 나섰다. 송구능력이 좋고 포수 치고 발도 빠른 편이다. 단, 객관적 측면에서 더 검증받아야 할 선수다.
8일 광주 KIA전서 선발 출전한 박상언의 실책 및 실수가 있었다. 3-0으로 앞선 7회말 무사 만루, 나성범 타석에서 흔들리던 김범수를 잡아줄 수 없었다. 오히려 김범수의 슬라이더를 제대로 블로킹하지 못해 와일드피치를 허용했다. 원 바운드된 공이 자신의 다리를 강타하고 크게 튀었으나 제대로 미트를 갖다 대지도 못했다. 후속 황대인의 역전 2타점 중전적시타 이후 중견수의 송구를 받는 과정에서는 포구 실책을 범했다.
KIA는 그날 7회에만 4득점하며 승부를 갈랐다. 한화가 승기를 건네는 과정에서 박상언의 지분도 분명히 있었다. 박상언도 괴로운 밤을 보낸 듯 수베로 감독에게 자책한 것으로 보인다. 좋은 결과를 내야 리빌딩도 잘 되는데, 한화는 아무래도 그런 동력이 떨어진다. 기둥이 부족한 한계도 있고, 한편으로 이 젊은 선수들이 실전서 극복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수베로 감독은 자책하던 박상언에게 분명하게 얘기했다. “잘해주고 있다. 실수를 통해 배웠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우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팀이 어떤 기대치를 갖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아는 선수다. 그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커리어를 쌓는 과정에서 하나의 블록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야구도 참 어렵다. 경험과 기량이 떨어지는 젊은 선수들이 모여 하루아침에 강팀이 되기 어려운 것처럼, 리빌딩은 인내와 괴로움의 연속이다. 한화 팬들과 프런트가 그 과정의 중심에 머무르며 실제적 어려움을 잘 안다.
수베로 감독은 “사람은 간혹 실수를 한다. 그게 야구의 묘미다. 야구는 사람을 겸손하게 하기도 한다. 사실 박상언은 본인의 나이에 비해 성숙한 게 최대 장점이다.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게임을 읽는 능력을 계속 배우면 좋겠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수베로 감독은 “패스트볼을 승부구로 쓸 수 있는 상황인데 쓰지 않을 때가 있다. 이닝 교대 후 피드백을 주곤 한다. 가끔 박상언은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있는데, 좀 더 공격적인 볼배합을 가져가도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투수리드, 볼배합은 철저히 결과로 말하는 대목이지만, 수차로 계량화되지 않은 수준에서 보편적인 원칙은 있는 법이다. 그걸 적용하느냐 마느냐는 배터리의 디시전이다.
한화도 박상언과 마찬가지로 수년째 끝없는 리빌딩 중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스포츠 환경에서 갈아엎기식 리빌딩이 너무나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박상언도 한화도 야구 앞에 한없이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박상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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