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기가 막히게 댔다.”
KIA 주전포수 박동원에겐 의외의 반전(?)매력 하나가 있다. 번트를 대는 능력이다. 지난 8일 광주 한화전서 4-3으로 역전한 7회말 1사 2,3루 찬스서 강재민의 초구 투심패스트볼을 절묘하게 1루수 방면으로 세이프티 스퀴즈번트로 연결했다.
경기흐름만 보면 상당히 의미 있는 장면이었다. KIA는 7회말에 황대인의 역전 2타점 중전적시타가 나온 상태였다. 후속 찬스에서 달아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8~9회에 흐름을 넘겨줄 위기가 있었다. 실제 마무리 정해영이 오랜만에 등판하면서 9회에 다소 흔들렸다. 1점 리드였다면 살얼음판을 걸을 뻔했다.
김종국 감독은 6월부터 타선의 클러치능력이 저하되자 작전야구, 기동력야구를 선언했다. 박동원은 하위타선에 배치되지만 사실상 팀의 중심타자다. 그러나 팀보다 앞서는 개인은 없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누구든 감독의 작전지시를 이행해야 한다. 실제 결승타의 주인공 황대인도 “벤치에서 사인이 나간 것으로 안다. 동원이 형뿐 아니라 누구든 번트 사인이 나오면 대야 한다”라고 했다.
다만, 김 감독은 박동원이 이미지와 달리(?) 번트 구사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박동원은 20홈런이 가능한 포수답게 평소에도 풀스윙을 즐긴다. 일발장타력이 있기 때문에 번트를 대야 할 상황에서도 강공 사인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 감독은 “동원이가 보기와 다르게 번트를 잘 댄다. 기가 막히게 댔다. (상대가 스퀴즈 시도를)알고도 못 죽일 만큼 잘 댔다. 한 방을 치는 것보다 그런 걸 잘해서 1점을 내는 게 중요한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키움 시절 박동원을 오랫동안 지켜본 조재영 코치도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김 감독은 “조재영 코치 얘기를 들어보니 키움에서도 드레그 번트도 대고 희생번트도 댔는데 번트에 자신 있어 한다고 했다. 절묘하게 잘 댄다”라고 했다.
실제 박동원은 통산 26개의 희생번트를 기록했다. 2019년에는 무려 6개를 기록했다. 한 방에만 최적화된 선수가 아니라 작전야구에도 능한 선수다. 올 시즌 박동원은 수비력도 리그 포수 최상위권이다. 여러모로 KIA의 안방을 제대로 살 찌운다.
다만, 해당 장면을 보면 KIA 팬들로선 마냥 웃지 못한다. 박동원은 번트를 대고 눈에 띄게 절뚝거렸다. 그날 앞선 타석에서 주루를 하다 베이스를 밟으면서 왼 발목이 돌아갔고, 본인의 파울 타구도 발목을 때린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박동원은 전반기를 마감했고 16일 올스타전 출전도 좌절됐다. KIA는 박동원 없이 잔여 전반기 일정을 잘 마치는 게 지상 과제다.
[박동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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