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팀 퍼스트를 강조하고 싶다.”
KIA 김종국 감독이 스프링캠프 내내 가장 많이 한 얘기였다. 사령탑 취임 당시에도 이 얘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침체에 빠진 어느 팀이든 단단해지기 위해선 개인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당연한 팀 퍼스트 정신을 기본적으로 상기시킨 것이었다.
물론 KIA가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오합지졸 혹은 형편없는 팀은 아니었다. 다만, 여러모로 팬들의 기대치에 많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코치를 역임한 김종국 감독은 다시 KIA가 일어나기 위해 기본을 강조하고 싶었다. 일단 프로의 기본이 돼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KIA는 6월부터 타자들의 페이스가 처졌고, 외국인투수 공백 문제가 불펜 과부하로 이어지며 경기력이 뚝 떨어졌다. 급기야 8연패에 빠졌다. 8~10일 홈에서 최하위 한화를 맞아 스윕에 성공하며 급한대로 분위기를 바꿨다.
다만, 한화를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김종국 감독은 때때로 ‘독한 야구’를 선보였다. 지난 2~3개월과 결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동안 김 감독은 되도록 경기운영 측면에서 정해진 루틴을 지키고, 기존 주요 전력들을 믿고 맡기는 야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8연패 이후 더 이상 처져선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찾아온 것이었을까. 세 경기 모두 패배 위기서 역전승하며 최악의 흐름에서 벗어났다. 우선 8일 경기서는 4-3으로 역전한 7회말 1사 2,3루서 주전포수 박동원에게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를 지시, 놀라움을 안겼다.
당시 박동원의 빼어난 번트 생산능력에 포커스가 맞춰졌지만, 알고 보면 반드시 달아나겠다는 김 감독의 ‘독한 야구’가 돋보였다. 박동원은 충분히 장타로 당시 2점을 벌어들일 수 있는 선수지만, 박동원의 타격감과 경기흐름을 볼 때 1점씩 도망가는 게 우선이라고 여겼다.
김 감독의 독한 야구는 10일 경기서 절정에 이르렀다. 우선 147억원 베태랑 타자 최형우를 연이틀 벤치에 앉혔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이탈한 상황서 절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최형우는 좀처럼 기세를 올리지 못하는 흐름이었다. 대신 김호령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고, 고종욱, 이창진, 이우성, 김석환을 적절히 활용해 공수마진을 높였다.
10일 경기서는 최형우 대타 작전이 성공했다. 류지혁의 2타점 3루타로 0-3 열세를 2-3 열세로 바꾼 상황. 김 감독은 7회말 2사 3루서 포수 한승택 대신 최형우를 투입해 성공했다. 박동원도 부상으로 빠진 상황서 경험이 부족한 권혁경으로 8~9회를 버텨낼 각오를 하고 대타 작전을 펼친 것이었다. 결과는 성공. 최형우는 장시환으로부터 동점 1타점 우전적시타를 뽑아냈다. 8회에는 대타 이창진 카드가 또 들어맞았다.
절정은 9회초였다. KIA는 결국 역전하면서 6-3 리드를 잡았다. 9회초에는 마무리 정해영이 올라왔다. 그런데 정해영은 8~9일 경기서 세이브를 따냈으나 볼넷, 피안타 등 평소보다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8일 김호령, 9일 이우성의 슈퍼캐치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정해영은 10일 3연투를 단행했고, 내용은 또 안 좋았다. 1사 후 마이크 터크먼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태연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그런데 정은원에게 좌중간안타를 맞았고, 김인환에게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에 처했다.
그러자 서재응 투수코치가 곧바로 정해영을 내리고 전상현을 올렸다. 한 차례 흐름을 끊고 내려올 줄 알았지만, 서 코치는 처음부터 공을 갖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바꾸겠다는 의지였다. 실제 전상현은 준비 중이었다. 전상현 역시 3연투였다. 그만큼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였다.
결국 전상현이 2사 만루서 하주석을 삼진 처리하면서 경기를 끝냈다. 세이브는 정해영이 아닌 전상현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 중요한 건 세이브 주인공이 아닌 타이거즈의 승리였다. 독한 야구였다. 더 이상 처질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종국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