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4번 타자가 득점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고개를 숙인 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미안함 마음이 표정에 나타났다. 더그아웃에 있던 후배들도 그의 눈치를 보며 팀 분위기가 떨어졌다.
두산은 4번 타자가 없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4번 타자가 오히려 타선의 구멍이 되고 있다.
지난 10일 두산의 4번 타자는 더그아웃에 앉아 5년 2개월 만에 LG에 스윕패를 당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두산 김재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양쪽 무릎이 좋지 않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고는 하지만 최근 그의 성적을 보면 4번 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찬스를 해결해야 할 4번 타자가 번번이 공격의 흐름을 끊기 일쑤였다.
김재환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통산 타율 0.304 928안타 188홈런 678타점을 기록한 두산 왕조의 주축 타자였다.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난 뒤 매년 큰 기복 없이 공격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리고 지난 시즌을 마치고 4년 115억 원에 FA(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하며 두산에 잔류했다.
모기업 경영난에 시달리는 두산은 매년 주축 선수를 떠나보냈지만 드넓은 잠실에서 홈런을 뻥뻥 날리던 김재환은 놓칠 수 없는 선수였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이지만 지난시즌 타율 0.274 27홈런 102타점을 기록한 매력적인 타자였다.
하지만 올 시즌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었다. 야구 성적을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115억 원 초대형 계약 후 첫 시즌부터 참담한 성적으로 팬들 사이에서 '먹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 시즌 김재환은 타율 0.230 13홈런 43타점을 기록 중이다. 홈런은 지난 시즌과 비슷한 페이스다. 하지만 문제는 타율이다. 타율 0.230은 지난 2104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걸리면 넘어가는 파워는 여전하지만 애버리지가 너무 떨어졌다. 전형적인 공갈포 형 타자로 전락했다.
두산은 최근 10경서 2승 8패로 추락했다. 이 기간 김재환도 타율 0.188(32타수 6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1개의 홈런을 기록하긴 했지만 삼진도 12번을 당했다.
두산은 지난 시즌 MVP 미란다가 사실상 퇴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타자들의 방망이에 좀 더 의존하는 야구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재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성적을 보면 두산에는 4번 타자가 없다. FA 계약 당시 "기쁘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던 김재환이지만 좋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시즌 전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에 대해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적이 있다. "홈런은 25개 정도를 늘 쳐 줄 수 있는 선수다. 타율은 0.280 정도만 쳐줘도 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라고 했었다. 하지만 시즌 절반 이상을 소화한 현재 김재환의 성적은 타율 0.230 13홈런이다.
[김재환의 부진은 두산의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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