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레전드 마무리가 이렇게 몰락하나.
삼성 ‘레전드 마무리’ 오승환의 부진이 충격적이다. 오승환은 12일 수원 KT전서 3-2로 앞선 9회말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으나 배정대와 앤서니 알포드에게 잇따라 솔로포를 맞고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떠안았다.
오승환의 7월 난조가 심각하다.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23.14. 6일 대구 LG전서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선두타자 유강남에게 1B2S서 구사한 몸쪽 142km 패스트볼이 결승 좌월 솔로포로 연결됐다.
9일 대구 SSG전은 낯설었다. 1⅓이닝 1피안타 1탈삼진 3볼넷 3실점했다. 오승환도 사람이라서 홈런도 맞고 안타도 맞지만, 볼넷 3개로 흔들리는 모습은 좀처럼 보여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날 KT를 상대로 또 무너졌다. 삼성이 18년만에 구단 최다 10연패를 당하면서 데미지는 2~3배 이상이었다.
오승환의 최대장점 중 하나가 회복력이다. 불 같은 패스트볼을 꽂던 2000년대~2010년대 초반에도 홈런과 안타를 맞고 경기를 망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고스란히 다음 경기서 같은 타자를 상대로 돌직구를 꽂아 삼진을 잡고 의기양양하게 마운드를 지배했다. 일본~메이저리그를 거쳐 2020시즌에 돌아온 뒤에도 3경기 연속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또 하나는 역시 패스트볼이다. 3경기서 얻어맞은 3개의 홈런 모두 패스트볼이었다. 코스도 모두 타자의 몸쪽이었다. 기본적으로 타자들이 잘 때렸다. 그러나 힘에 밀려 먹힌 타구가 된 과거와 확연히 달랐던 것도 사실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오승환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4.5km다. 작년 145.7km보다 1.2km 하락했다. 참고로 복귀한 2020년에는 146.2km. 여전히 회전수가 많아 공략하기 까다로운 공이다. 하지만, 좀처럼 외야로 뻗지 않던 전성기의 그 돌직구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
오승환은 예나 지금이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이 가장 높다. 물론 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연마해온 체인지업의 비중도 9.4%로 올랐다. 다만, 위닝샷은 여전히 패스트볼이다. 몸쪽으로 넣다가 계속 맞는 패턴이 이어지면 포수, 배터리코치 등과 함께 피치 디자인도 점검해봐야 한다.
7월 부진으로 어느덧 시즌 평균자책점도 3.90으로 치솟았다. 부상 이슈가 있었던 2009년(4.83)과 2010년(4.50)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물론 보정의 여지도 있지만, 최근 페이스만 보면 3점대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통산 평균자책점 1.90의 레전드에게 낯선 수치다.
삼성은 13일 수원 KT전서 지면 구단 최다 11연패에 빠진다. 불펜이 전반적으로 난조인데 오승환마저 흔들린다. 오승환의 결자해지가 절실하다. 아직 시즌은 절반 정도 남았으니 명예회복을 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오승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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