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산전수전을 겪은 오승환(삼성)도 최근의 난조는 당황스럽지 않을까.
삼성의 10연패 과정에서 가장 임팩트가 큰 장면은 역시 ‘레전드 마무리’ 오승환이 잇따라 무너진 것이다. 오승환은 12일 수원 KT전서 3-2로 앞선 9회말 시작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배정대와 앤서니 알포드에게 백투백 솔로포를 맞고 블론세이브와 패전을 동시에 떠안았다.
오승환은 7월 3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23.14다. 구위가 2000년대~2010년대 초반 전성기 같지는 않다. 한국나이 41세의 베테랑.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 비중이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역시 위닝샷은 패스트볼. 타자들이 그 패스트볼을 작정하고 공략하는 게 오승환의 딜레마다.
그러나 10연패 과정에서 크게 흔들린 삼성 불펜에 오승환의 플랜B는 없다. 어떻게든 오승환 스스로 최근의 충격을 추슬러서 회복해야 하며, 후배 불펜 투수들까지 다독여야 하는 임무도 있다. 불펜이 정상화돼야 삼성도 10연패를 끊고 반등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승환은 2004년 마무리 임창용을 참고할 만하다. 삼성은 2004년 5월5일 대구 현대전부터 5월18일 대구 KIA전까지 10연패했다. 10연패의 시작이던 5월5일 대구 현재전은 임창용에겐 악몽이었다. 지금도 삼성 팬들에게 회자되는 ‘어린이날 참사’다.
당시 임창용은 8-3으로 앞선 9회초에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8회말 2점을 추가하기 전까지 박빙 승부라서 임창용도 대기 중이었다.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지만 마운드에 올랐다. 4일 대구 현대전 1이닝 무실점 이후 2경기 연속 등판.
선두타자 박진만과 이숭용에게 연속안타를 맞았다. 전근표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 강귀태를 1루 땅볼로 유도했으나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1점을 내줬다. 계속된 무사 만루서 정성훈에게 중월 동점 만루포를 맞았다. 이날 삼성은 연장 11회에 6점을 내주고 10-14로 졌다. 5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것이었다.
삼성은 이날을 시작으로 놀랍게도 투타 언벨런스에 시달리며 10연패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11연패는 막았다. 5월19일 대구 KIA전서 6-4로 이겼다. 그날 임창용은 2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다.
삼성은 당시 10연패를 끊자마자 6연승으로 반등했다. 이승엽, 마해영, 틸슨 브리토 등이 빠진 첫 시즌. 외국인타자마저 대실패했으나 마운드의 힘으로 2위까지 치고 올라간 끝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임창용은 61경기서 2승4패36세이브 평균자책점 2.01로 맹활약했다. 2001~2003년 선발로 44승을 쓸어 담으며 에이스로 맹활약하다 마무리로 돌아온 첫 시즌에도 변함없었다. 조용준(현대, 34세이브)을 제치고 세이브왕을 차지했다.
오승환은 올 시즌 32경기서 2승2패18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3.90이다. 부상 이슈가 있던 2009~2010시즌 이후 처음으로 평균자책점 4점대를 기록할 위기. 그러나 여전히 세이브 3위다. 후반기도 남아있다. 자신도 반등하면서 팀도 구할 시간이 있다.
오승환이 18년전 임창용처럼 시련을 딛고 돌부처로 돌아올까. 18년 전 임창용은 28세에 불과했지만, 올해 오승환은 40세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이라는 무기도 있다. 포기하기엔 이르다.
[오승환과 임창용(위), 임창용(가운데), 오승환(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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