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목표는 없다. 그저 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발휘하겠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해 7월 31일 KT 위즈와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본 트레이드. 롯데는 내야 유틸리티 오윤석과 1군 경험이 풍부한 포수 김준태를 내주고 우완 사이드암 '파이어볼러' 이강준을 영입했다.
이강준은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뿌리는 파이어볼러로 제구만 잡는다면 대성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잠재력이 뛰어난 만큼 이강철 KT 감독이 특히 아꼈던 선수이기도 했다. 영입 당시 즉시 전력감은 아니었지만, 롯데는 일찍부터 이강준에게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강준은 트레이드가 된 후 9월부터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했다. 10월 등판 내용은 썩 좋지 않았지만, 9월에는 8경기(5이닝)에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할 정도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리고 올해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대가 컸던 탓일까. 아쉬움은 컸다. 이강준은 올해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0으로 매우 부진했다. 특히 지난 4월 26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잡아내지 못하고 1피안타 3볼넷 1실점(1자책)을 기록, 이튿날 1군에서 말소됐다.
래리 서튼 감독은 이례적으로 "이강준이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에 고전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1군 합류 후 좋은 활약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2군으로 내려가는 과정이 좋지 않았던 만큼 이강준에게는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쉽게 주저앉지 않았다. 이강준은 "1군에서 내려온 뒤 힘들었다. 2군에서 나름대로 준비를 잘 했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난 3년간 좋지 않은 패턴이 반복됐다.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근황을 전했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하고 있는 이강준은 2군에서 21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72의 우수한 성적을 바탕으로 퓨처스 올스타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최고 152km의 빠른 볼을 뿌리며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항상 발목을 잡아왔던 제구를 위해 구속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하지만 심리적인 요소라는 것을 깨닫고, 결과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서 결과도 좋게 이어지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잘못 생각을 하고 야구를 했던 것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함으로써 야구를 하면서 하는 생각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운을 뗐다.
이강준은 "파이어볼러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구속을 내려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동안 하던 대로 하면 결과가 좋게 나올 텐데, 결과를 먼저 쫓았다.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결과를 먼저 생각하고 과정에 임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다른 마음가짐으로 야구를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편해지고, 결과가 좋게 나오고 있다. 그리고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전반기를 4연승으로 마감했다. 5위 KIA 타이거즈와 간격은 4경기차로 적지 않은 편이지만,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른 단계다. 후반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강준도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온다면,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각오다.
이강준은 "1군의 모든 선수들이 (이)대호 선배님 은퇴 시즌이기도 하고 가을야구를 하기 우해 노력 중이다. 나도 2군에서 최대한 준비 잘해서, 1군에서 보탬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며 "시즌 목표는 없다. 결과를 쫓다 보니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1군에서 어떠한 성적을 내겠다는 목표도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으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의 성적이라면 머지않아 1군에서 모습을 볼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강준이 후반기 비밀병기로 뛰어난 재능을 1군 무대에서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 자이언츠 이강준. 사진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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