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가장 중요한 상황에서 '38세 투수'가 가장 빛났다. 젊은 선수들이 신체 능력은 뛰어날 수 있지만, 베테랑의 관록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SSG 랜더스 노경은이 제3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노경은은 2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승(3패)째를 손에 넣었다.
노경은은 지난 시즌 14경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7.35로 부진을 겪었다. 롯데가 젊은 선수들 육성에 공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노경은은 설자리를 잃었고, 시즌이 끝난 뒤 유니폼을 벗었다. 롯데와 결별한 뒤 가장 먼저 손을 내민 팀은 SSG였다.
노경은은 여전히 현역 생활을 이어갈 자신이 있었고, SSG의 입단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새 둥지를 틀었다. 투구 스타일에 변화를 준 노경은은 새롭게 태어났다. 노경은은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선발진의 한자리를 꿰찼고, 4월 5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활약했다.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 골절상을 당하면서 자리를 비웠지만, 입지에 큰 문제는 없었다.
노경은은 지난 6월 마운드로 돌아온 뒤 다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 3경기에서 2승 1패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현재는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발 투수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불펜 투수로 보직을 옮겼지만, 김원형 감독은 노경은을 중요한 상황에서 기용할 뜻을 전했다.
김원형 감독은 22일 경기에 앞서 "노경은은 중요한 경기에 투입을 할 것이다. 선발 투수가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이면 등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팀 타선이 단 1개의 안타도 뽑아내지 못하는 팽팽한 흐름을 지켜야 하는 상황. 노경은의 존재는 든든함 그 자체였다. 노경은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1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던 지난 2021년 9월 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320일 만의 불펜 등판.
노경은은 선두타자 대타 양찬열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베테랑답게 긴장한 기색은 없었다. 노경은은 허경민-서예일로 이어지는 타선을 봉쇄하며 11회를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그리고 팀 타선이 12회 첫 안타와 함께 점수를 뽑아냈다.
1점을 지켜야 하는 상황 속에서 SSG 벤치의 움직임은 없었다. 노경은은 굳건한 신뢰 속에 12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묶으며 3시간 40분 혈투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를 수확한 노경은은 2018년 8월 16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1436일 만에 구원승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승리 투수가 된 노경은은 "선발이든 불펜이든 상관없이 팀 상황에 맞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이 필요할 때 내게 임무를 준 만큼 맡은 역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서 코너워크가 잘 되지는 않았지만, 집중해서 볼 끝이 좋게 던지려고 노력했다"며 "선발 때보다 공격적인 투구로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KBO리그는 베테랑들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추세다.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1984년생인 노경은도 만 38세로 적은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베테랑이 필요한 상황은 분명히 있다. 롯데에서는 입지가 좁아져 팀을 떠났지만, SSG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SSG 노경은이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끝에 1-0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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