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어느덧 '2년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루키'라는 단어가 따라붙기에는 프로에 발을 들인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아마추어 시절 '초고교급'이라고 불렸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간 것일까.
김진욱은 강릉고에 재학 중이던 시절 '초고교급' 선수로 10개 구단 스카우터들의 눈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뿌리는 투수는 아니지만, 구위가 좋고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특히 고교 3학년 시절 21경기에서 91이닝을 던지며 11승 1패 평균자책점 1.58, 탈삼진 132개를 솎아내며 '고교 최동원상'을 품었다.
2021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롯데는 큰 고민도 없이 김진욱을 선택했다. 그리고 롯데는 김진욱에게 계약금을 무려 3억 7000만원이나 안겼다. 롯데는 첫 시즌 김진욱에게 이닝과 투구수 제한을 거는 등 '특급 유망주'의 몸 관리에도 열을 올렸다.
김진욱의 첫 시즌은 썩 나쁘지 않았다. 김진욱은 39경기(5선발)에서 4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는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80으로 좋지 않았지만, 불펜 투수로 34경기에서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매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출발은 최고였다. 김진욱은 NC 다이노스와 시즌 첫 등판에서 7이닝 동안 10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인생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김진욱의 모습은 첫 등판과 달랐다. 10번의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는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승리 운이 따르지 않았던 투구도 있었지만, 승(1승)보다는 패(4패)가 현저히 많았다.
특히 기복이 심한 피칭으로 잦게 1~2군을 오갔다. 그럼에도 제구에 불안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지난 7일 SSG 랜더스전에서 3⅓이닝 4실점(3자책)을 기록한 이후에도 1군에서 말소돼 재조정의 시간을 가졌다.
래리 서튼 감독은 26일 경기에 앞서 "불펜 세션을 하는 것을 3주 동안 지켜본 결과 꾸준한 모습이었다. 그 말은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력으로는 꾸준히 나오지 않고 있다"며 "불펜에서 던지는 것처럼 임하고, 급해지면 안 된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뷔 후 최악의 투구가 나왔다.
김진욱은 경기 시작부터 볼넷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아웃카운트를 단 한 개도 잡아내지 못하고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후속타자 양석환에게 초구에 적시타를 맞았다. 흥분한 김진욱은 평정심을 찾지 못했고, 김재환에게도 볼넷을 헌납, 김재호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3점을 내주는 동안 김진욱이 만들어낸 아웃카운트는 없었다.
롯데 벤치는 빠르게 투수 교체를 감행했다. 데뷔 후 최소 이닝(⅓이닝) 강판. 그러나 몸을 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나균안은 박세혁과 김태근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며 김진욱의 승계주자의 득점을 모두 허용한 뒤에야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롯데는 1회부터 무려 6점을 두산에 갖다 바쳤고, 결국 무기력하게 패했다.
김진욱은 시즌 첫 등판에서 '인생투'를 펼친 이후 계속 퇴보하고 있다. 2년간 선발 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인 경기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하다. 특급 유망주' 혹은 '슈퍼루키'로 불렸던 면모를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반면 고교 시절부터 '라이벌'로 불리던 이의리(KIA)는 올해만 6승을 쓸어 담는 등 벌써 KBO 통산 10승째를 손에 넣었다. 김진욱과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모습이다.
1군 무대에서 선발 기회는 당연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기회를 받았다면 볼넷으로 피해 가는 승부가 아닌, '루키'다운 패기로 타자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루키'라는 수식어가 주는 방패는 사라진다. 마운드에서 제 기량을 증명해 내야 한다.
[롯데 선발 김진욱이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두산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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