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문지원 작가 "불편한 분들께 공감…작품이 가진 한계"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문지원 작가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향한 우려의 시선에 공감하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케이블채널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행사에는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날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은 어떤 심정일까 생각을 많이 했다. 영우는 배려와 양보가 필요한 약자지만 동시에 아무리 노력을 따라잡기 어려운 강자이기도 하다. 분명 영우 주변 사람들은 심경이 복잡할 거로 생각했다. 최수연 같은 사람도 있고 권민우 같은 사람도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말했다.

그러면서 "나도 이런저런 가치관이나 생각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작품에 어쩔 수 없이 내 생각이 묻어나기는 한다. 그런데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서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시청자들이 굉장히 빨리 느끼고 시시해하는 것 같다. 나는 뭘 말하려는 것보다 말하지 않으려고 경계하는 입장이다. 최수연처럼 살거나 권민우처럼 살자는 생각으로 대사를 쓰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극 중 우영우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인재면서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국내 2위의 대형 로펌에 다니는 변호사다. 때문에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장애가 덜 드러나는 무해하고 귀여운 존재'라 사랑받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지원 작가는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다 그렇듯 우영우라는 캐릭터도 드라마를 위해서 창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창작한 캐릭터라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캐릭터가 자폐 스펙트럼이라고 하기에는 개연성이 없거나 불가능한 캐릭터라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 우영우라는 자폐인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답했다.

이어 "캐릭터의 긍정적인 분이 부각되는 것에 우려가 있는데 자문 교수님이 '장점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명과 암에서 여태 암에 해당하는 부분이 많이 강조됐다면 이분들의 장점에 가까운 부분이 얼마나 흥미롭고 대단한지 포커스를 맞추는 것을 지지한다고 하셨다. 거기에 힘을 좀 받아서 계속 진행했다"며 설명했다.

다만 문지원 작가는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들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슴 깊이 공감한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변호하거나 해명하기보다는 작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내가 자폐인이거나 내 가족이나 지인이 자폐인이라면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보는 게 불편했을 것 같다. 쉽게 '어머, 재밌어'라고 하지 못했을 것 같고 볼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다. 아무리 드라마가 선의와 호의로 가득 차 있어도 자폐 당사자나 자폐인이 주변에 있는 분들께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안 보고 싶어도 드라마가 너무 잘돼서 주변이 '우영우, 우영우' 해서 복잡하고 심란한 마음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전했다.

문지원 작가는 "우영우란 캐릭터는 극단적 강점과 극단적인 약점을 한 몸에 가진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이 드라마 속에 특별한 적대자, 빌런, 안타고니스트를 설정하지 않은 이유도 우영우라는 사람이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자폐 그 자체고 그로 인한 편견이라고 생각했다"며 "드라마를 만들 때 자폐로 인한 어려움이나 어두움에 대해 안 넣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충분히 보여드리지 못했을 수는 있지만 혹여 자폐인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그 농도나 정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썼다. 사람들이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보다는 사랑스럽고 멋있어서 그러길 바랐다. 이런 의도로 작품을 쓰다 보니 그런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작품이 가진 한계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렸다. SBS '자이언트',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 1·2', '배가본드'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과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사진 = ENA 제공]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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