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잊지 말자. 그는 한때 ‘악마 에이전트’의 남자였다.
KIA는 26일 광주 NC전서 1-9로 완패, 롯데와의 후반기 첫 3연전 스윕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래도 타이거즈 팬들에게 강렬한 하이라이트 필름 하나를 남겼다. 0-0이던 3회초 1사 1루서 이명기의 우중간을 가르는 듯한 타구를 더블아웃으로 변환했다.
주인공은 ‘150억원 해결사’ 나성범이다. 나성범은 낙구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 워닝트랙에서 점프해 타구를 걷어냈다. 이후 특유의 강한 어깨로 1루에 송구, 1루 주자 박민우마저 횡사시켰다. 타구를 날린 이명기가 황당한 표정으로 잠시 그라운드에 서있는 모습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힐 정도였다.
나성범의 엄청난 초슈퍼플레이는 이른바 ‘2루타 도둑’을 연상하게 했다. 중계방송 느린 화면을 자세히 보면, 애당초 홈런이 되긴 어려웠다. 타구가 우측 담장보다 높게 날아갔지만, 그 위에 설치된 그물망을 직격할 가능성이 컸다.
2루타 도둑이든 홈런 도둑이든 나성범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다. 그렇게 직접 이닝을 끝낸 뒤 3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선제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렸다. 비록 이후 마운드가 무너지며 대패했지만, 나성범이 장악한 3회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나성범은 타격으로 주목받는 선수다. KIA가 2021-2022 FA 시장에서 6년 150억원 계약을 안긴 건 특유의 클러치, 해결사 능력을 보여 달라는 믿음과 기대가 투영돼 있었다. 실제 기대대로 잘 하고 있다. 87경기서 타율 0.316 13홈런 58타점 57득점 OPS 0.936. 장타율(0.524) 리그 5위에 출루율(0.412)과 OPS 3위다. 걱종 2차 스탯에서도 상위권에 있다.
그러나 나성범은 수비에 대한 욕심도 큰 선수다. 언론 인터뷰에서 틈 날때마다 수비를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사실 지금도 나성범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다. 2019년 무릎 십자인대 파열과 수술 이후 수비범위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지만, 송구능력은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이다.
다만, KIA 외야에 ‘호령존’의 존재감이 워낙 크다. 실제 김호령이 우중간까지 커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주전 중견수 소크라테스 브리토 역시 강력한 공격력에 가렸을 뿐, 상당히 좋은 수비력을 지녔다. 때문에 나성범이 수비로 주목받을 기회가 적었던 건 사실이다.
알고 보면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남자였다. 나성범은 2020-2021 오프시즌에 보라스의 도움으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보라스는 나성범을 ‘5툴 플레이어’로 홍보했다.
실제 나성범은 NC 시절 무릎 수술 전까지 KBO리그 최고의 5툴 플레이어 중 한 명이었다. 당시 보라스 특유의 협상술도 투영됐지만, 수비력도 메이저리그에 어필할 정도의 포텐셜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선수가 과거에 도취되면 안 되지만, 자부심까지 버릴 필요도 없다.
KIA 외야수비력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성범의 수비에 대한 의지는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그 슈퍼플레이는 우연이 아닌, 철저한 훈련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나성범.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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