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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멋있다. 만나고 싶다.”
삼성 베테랑 투수 오승환(40)은 올 시즌 악전고투 중이다. 불혹에 접어들면서 전성기 구위와 거리가 있다 보니, 예전처럼 타자들을 매 경기 압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반기 막판과 후반기 초반에는 극도의 침체에 빠지면서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한국과 일본,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에겐 수모였다. 그러나 오승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최근 다시 안정감을 뽐낸다. 지난달 31일 대구 SSG전서 1⅓이닝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따낸 걸 포함, 최근 10경기서 2승5세이브 평균자책점 0.90이다.
결정적으로 오승환이 죽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다. 오승환과 일면식도 없는, 새파란 타 구단 후배 투수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롤모델이다. 주인공은 키움 신인 우완투수 이명종. 이명종은 지난달 30~31일 고척 롯데전서 이틀 연속 구원승을 따냈다.
이명종은 세광고를 졸업하고 올해 2차 6라운드 56순위로 키움에 입단했다. 고졸 신인이 1군에서 제법 중용된다. 성적은 21경기서 4승1패4홀드 평균자책점 4.63. WHIP 1.37이지만, 피안타율 0.250으로 나쁘지 않다.
구속이 빠른 건 아니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1.1km. 그러나 구사비율은 51.8%. 여기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는다. 오승환의 전성기 구위와 비교도 안 되지만, 오승환처럼 패스트볼 위주로 과감하게 타자들을 상대하는 건 닮았다. 오승환도 저연차에는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에 슬라이더 정도만 섞었다. 사실 패스트볼 하나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최근 이명종은 더욱 패스트볼 비중을 높인다. 31일 경기의 경우 2이닝을 소화하면서 75%의 비율이었다. 롯데 타자들은 이명종의 과감한 패스트볼에 대처하지 못했다. 그러다 예리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 헛손질했다.
싸움닭 기질이 충만하다. 이명종은 “야구할 때는 그렇게 한다. 어떤 타자가 나와도 이기겠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제구력에도 자신감이 있다”라면서 “야구를 오래 하고 싶다. 내 공만 던지려고 한다”라고 했다.
오승환을 만나고 싶어 한다. 이명종은 “아직 제대로 인사를 드린 적이 없다. 삼성과의 경기서 던지는 모습을 보기만 했을 뿐이다. 내가 어릴 때 오승환 선배님은 손쉽게 직구만으로 승부했다. 그런데 요즘에는 변화구를 사용해 타자와의 승부서 이기려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이 멋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이명종의 기질이 오승환의 젊은 시절과 비슷하다. 이명종이 오승환을 쫓아가려면 한참 멀었다. 그러나 롤모델 삼아 발전하려는 의지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마침 두 팀은 6~7일 대구에서 2연전을 갖는다. 이명종이 오승환에게 인사할 기회가 찾아올까. 용기를 내서 찾아가면 된다.
[오승환(위), 이명종(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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