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참 오래 기다린 1승이다.
삼성 좌완투수 백정현(35)은 지난 해만 해도 157⅔이닝을 던져 14승 5패 평균자책점 2.63으로 리그를 주름 잡았다. 평균자책점은 전체 2위였고 토종 선수로는 '으뜸'이었다. 삼성이 6년 만에 가을야구로 향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 중 1명이었던 백정현은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하고 삼성과 4년 총액 38억원에 사인하면서 'FA 대박'도 터뜨렸다.
'좌완 에이스'로 발돋움한 선수가 올해는 9월이 지나서야 시즌 첫 승을 거두다니.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현실이었다.
백정현은 지난 해 10월 23일 대구 KT전에서 6⅔이닝 3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시즌 14승째를 거뒀는데 이후 끔찍한 13연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래도 백정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두산과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백정현은 6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맞으면서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팀이 4-1로 승리하면서 마침내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무려 315일 만에 거둔 승리였다.
삼성 코칭스태프와 동료들도 애타게 기다렸던 백정현의 1승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대행은 경기 전부터 "백정현은 경험이 많은 선수다. 연구도 많이 했을 것이고 생각도 많이 했을 것이다. 지난 경기보다 훨씬 나은 투구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빨리 1승을 했으면 좋겠다. 야구라는 것이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데 그게 정말 맞는 것 같다"고 백정현을 격려했다. 그리고 마침내 백정현이 첫 승을 따내자 "백정현의 시즌 첫 승을 축하한다. 선수 본인이 스스로 승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정현과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강민호는 "나도 FA를 해봤지만 아무래도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다"라면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백정현이 그간 겪었을 마음고생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타로 나와 귀중한 2루타를 날린 이원석은 직접 승리 기념구를 챙겨 백정현에게 '선물'을 하기도 했다.
정작 본인의 반응은 무덤덤 그 자체였다. "언젠가는 1승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는 백정현은 특별히 마음고생도 하지 않았음을 밝히면서 "내 개인적인 느낌은 작년보다 올해가 더 좋았다. 나는 괜찮은데 응원해 주시는 팬들이나 동료들이 더 마음을 쓰는 것 같더라"고 주위의 반응에 대해 전했다. 이원석이 승리 기념구를 챙겨준 것에 대해서도 "안 줘도 된다고 했는데 (이)원석이 형이 챙겨줬다"는 반응을 보인 백정현. 비록 본인은 길고 길었던 13연패를 탈출하고도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그를 응원했던 동료들의 진심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삼성 백정현.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